늦은 밤에도 젊은 남녀들 '바글바글'…"1시간씩 줄 서요"
저렴한 가격·'Y2K 트렌드' 영향도 있어
"셀프 촬영 SNS 공유하는 문화 자리잡아"
밥 먹은 뒤, 카페 간 뒤, 술 마신 뒤. 최근 주요 상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셀프 사진관'에서 '네 컷 사진' 찍기는 '잘파세대'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이후에 출생한 10대 후반~20대 중반까지의 사람들이다. 디지털 세대인 이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일상 공유는 자연스러운 문화다. 셀프사진관에서 촬영한 '네 컷 사진'을 올리는 것 역시 이들에겐 즐거운 놀이다.
'네 컷 사진' 열풍이 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장기화) 이후 본격화됐다. 영업시간 제한 매장들이 늘어날 당시 '셀프 사진관'은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한 탓에 이들이 시간 제약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된 것.
과거에만 해도 10대 후반~20대 중반이 '스티커사진'으로 만남의 추억을 남겼다. '네 컷 사진' 역시 촬영을 마치면 즉석에서 필름 형태의 종이 위에 네 컷의 프레임이 담긴 사진이 나온다. 최근 잘파세대에게 'Y2K(2000년대 세기말 감성) 트렌드'가 일상으로 확대된 탓에 네 컷 사진은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가격 역시 4000~5000원에 두 장으로 저렴해 이들 세대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 즐길 수 있다. 사진사의 지시 없이 셀프로 자유롭게, 눈치 보지 않고 개성 있는 포즈 취할 수 있다는 것과 거울과 고데기 등 사진 촬영 전 꾸미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관마다 '힙(hip)'한 분위기, 러블리한 분위기 등 조명과 사진 배경지가 저마다 달라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개개인의 외모에 맞게 어울리는 색깔을 진단해주는 '퍼스널컬러'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각자의 피부색에 맞춰 더 어울리는 배경지를 고를 수 있게 꾸며둔 사진관도 있다.
셀프사진관이 몰려있는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 씨(21)는 "폴라로이드 사진 같이 즉석에서 그 사람 또는 그 상황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며 "예전처럼 사진사가 직접 찍어주는 사진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고, 과거 스티커 사진처럼 보정이 심하게 되지 않아서 자연스럽고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귀띔했다.
잘파세대의 '핫플'로 불리는 홍대입구역 인근 연남동 경의선 숲길 초입 부근에만 9개가량의 셀프사진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붙어있는 두 개의 건물에 다른 사진관이 하나씩 있을 정도다. 인근 상가 건물 관계자는 "이 인근 셀프 사진관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수요가 많아서인지 도보 2~3분 이내에 이미 사진관이 있어도 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히 SNS상에서 잘파세대에게 큰 인기몰이를 한 것은 '하루 필름(Haru Film)'이다. 홍대입구역 하루 필름 사진관에서 만난 대학생 황모 씨(22) 커플은 "1년 전만 해도 셀프 사진관에서 촬영하면 보정이 되는 곳이 많이 없었는데, 이곳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최근 보정도 해주고, 필터나 조명에 따라서 뽀얗게 나온다"며 "밤 시간대에 오면 무조건 30분~1시간 넘게 대기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 컷 사진관은 최근 뜨는 창업 아이템으로도 자리 잡았다. 넓지 않은 평수의 공간에 3~4대의 즉석 사진기만 들여두면 잘파세대가 모이는 '핫플'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홍대, 가로수길, 압구정, 강남, 성수, 잠실 등 서울 주요 '핫플' 상권에 들어서면 골목을 꺾을 때마다 가게가 하나가 들어서 있다.
김영갑 한국일자리창출진흥원 원장은 "요즘 셀프 편의점이 많이 생기는 현상처럼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무인점포를 할 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셀프 사진관이 좋은 창업 아이템이라며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럽게 점포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셀프 사진관'은 각자의 개성과 선호가 뚜렷한 잘파세대의 새로운 '자기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 컷 사진' 열풍에 "예전에는 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귀가할 때 그냥 집에 가기는 뭐해서 노래방을 갔다면, 요즘엔 셀프사진관을 찾는 개념"이라며 "20대 초반의 소비자 역시 모임을 가지면 카페에 가듯 함께 모여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 하나가 더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셀프 사진관에서 누군가의 제재 없이 본인들의 개성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며 "SNS에도 올릴 수 있고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많은 탓에 선호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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