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필요한 몸, 과식 원하는 뇌… 어떤 식으로 살 건가[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3. 4.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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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걱정 : 먹고 늙는 것의 과학
류형돈 지음│이음
굶주림에 민감한 인간 DNA
음식 부족 환경서 진화한 탓
‘운동 작심삼일’은 인류 관성
수명 늘어나 ‘먹는 문제’ 화두
“채소 먹고 꾸준히 운동 해라”
익숙한 건강상식 실천 권유

매일 이런저런 고민이 끊이지 않고,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는 게 삶이다. 그중 현대인의 가장 큰 걱정은 뭘까. 단연 어떻게, 언제까지 먹고 사느냐는 문제다. 그렇다. 우리는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지구를 떠나는, 반드시 도래할 그날까지. 전망은 밝다. 1970년 62.3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현재 83.5세까지 늘었다. ‘100세 시대’라더니, 120∼150세까지 살 날도 머지않았다고 한다.

뉴욕대 의과대의 한국인 교수인 저자는 ‘가장 큰 걱정: 먹고 늙는 것의 과학’에서 평균 수명, 기대 수명이 늘어난 만큼,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바람이 커진 만큼이나, 일단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초파리를 모델로 하여 세포의 신호 전달 및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노화는 필연적인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이 그동안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다만 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들도 함께 늘었다. 그중 핵심은 먹을 게 너무 많은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책은 끊임없이 먹을 것을 탐하게 진화한 우리의 ‘뇌’가 ‘건강 수명’을 해치고 있다면서, 이를 연장하는 방법과 전략을 과학적으로 제시한다. 기초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최신 연구 동향까지, 노화와 수명에 관한 과학 정보를 인문학적 관점과 시선을 곁들여 설명한다.

책은 우선, 그동안 건강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왜 그런가’ 질문부터 던진다. 예컨대 적당한 운동과 소식, 풍부한 채소와 과일 섭취가 왜 ‘건강한 삶’의 키워드가 됐는지, 역사적인 맥락과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또 장수 마을을 살펴보니 유난히 섬지방이 많고, 그 섬의 주민들은 체구가 비교적 작다는 사실, 식후 운동으로 영양분을 태울 때의 뇌의 작용, 인류의 DNA가 ‘굶주림’에 적응한 이유 등 흥미로운 정보와 자료들로 인해 ‘건강 실험실’의 문턱을 낮춘다.

책은 우리가 식단 조절에 실패하거나, 운동을 작심삼일로 끝내거나 하는 습관에 대해서는 “마음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십만 년 동안 쌓여온 인류의 오랜 관성 때문”이라면서, 자신을 탓하지 않고 ‘나’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건강 수명’ 연장의 시작이라고 설파한다.

그래서 가장 큰 걱정이자, 가장 중요한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책은 특정 질병에 유독 취약한 유전자가 분명히 존재하며, 수명 또한 그것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상식적인 ‘건강 정보’들, 즉 적게 먹는 것과 적당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풍부하게 섭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물론 ‘적게 먹어야 하는 몸’과 ‘많이 먹기 원하는 뇌’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이해한 후에 만난 ‘원점’은, 과거와 달리 새롭게 다가온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 밝히고 있듯, 이에 반발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적당히 살다가 가려고 한다”거나 “행복하게 사는데 왜 귀찮게 잔소리냐”는 식으로. 여기에, 또 한 번 책은 반박한다. ‘먹는 것=행복’이 된 것은 인류 역사의 99.95%를 우리가 먹을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화해 왔다는 증거라고. 이쯤 되면 왜 그토록 많은 ‘먹방’이 21세기 최고의 인기 콘텐츠가 됐는지도 이해가 된다.

건강과 뇌의 즐거움을 바꾸지 않겠노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다음의 사례로 조금 설득할 수 있을까.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조깅 전도사’로 유명했던 제임스 픽스. 그의 조깅 관련 책은 몇 권이나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는 50대에 혼자 조깅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허탈한가. ‘건강 정보’의 부질없음을 증명하는 듯한 이 사건을 자세히 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유전인자들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에 따르면, 픽스는 집안에 심장마비에 취약한 유전자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35세에 처음 심장마비가 왔고, 40대 초반에 사망했다. 저자는 리처드 리프턴 뉴욕 록펠러대 총장의 세미나 내용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픽스는 그나마 조깅을 열심히 한 덕분에 10년을 더 살 수 있었다고. 476쪽, 2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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