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진의 피치 리마인드] 대표의 '직무유기', 품격 잃은 전북

2023. 4.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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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전북이 그동안 쌓아온 품격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허병길 전북 대표이사가 있다.

K리그에 봄이 왔다. 1라운드부터 구름 관중이 몰리며 ‘흥행 대박’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한 곳은 예외다. 바로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 별칭).

전북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팀에 불만이 폭발한 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북 현대 서포터즈 ‘MGB’는 지난 1일 펼쳐진 포항 스틸러스와의 5라운드부터 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김상식 전북 현대 감독과 허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걸개와 응원 ‘노쇼’를 펼쳤다. 경기 후 ‘버스 막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는 6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전북은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을까. 공교롭게 허 대표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허 대표는 2019년 11월에 전북에 부임했다. 2019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주제 모라이스 감독의 2년차를 본격적으로 함께 했다. 모라이스 감독 시절부터 경기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됐지만 전북은 2020시즌에 리그 우승과 함께 FA컵까지 들어 올렸다. 경영 첫 시즌 만에 이룬 구단 최초의 더블은 허 대표에게도 남다른 업적이 됐다. 허 대표는 당시 성과를 인정 받아 현대차그룹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진급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2021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긴 했으나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고 팬들의 불만은 쌓여갔다. 2022년 4월에는 백승권 단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허 대표는 대표이사와 단장직을 겸하게 됐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전북은 결국 지난해 울산 현대에 우승을 내줬다. 이동준, 아마노 준 등 폭풍 영입에도 올시즌 초반 5경기에서 단 1승 만을 거두며 전주성은 야유와 걸개로 가득 찼다.

전북이 흔들리는 가운데 허 대표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김 감독의 팬들의 비판을 받을 때도 “믿어 달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어떻게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구단의 계획이 무엇인지 '방향성'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에 전북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팬들도 등을 돌렸다.

포항전에서 버스 막기가 2시간 동안 진행될 때도 허 대표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경기 종료 후 허 대표가 곧장 경기장을 떠났고 버스가 막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허 대표가 전북을 ‘자신의 팀’으로 생각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최근 허 대표의 움직임도 ‘액션’에 불과하다. 허 대표는 지난 5일 전북 구단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기습 사관문을 발표했다. 허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전했지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사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에는 서포터즈의 식당을 찾아가 만남을 가지려 했지만 이 또한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팬들과 만날 계획도 없다고 했다.

허 대표는 전북이라는 축구단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경기력 문제를 진단해 김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과감하게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반대로 김 감독과 전북이 함께 겪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허 대표의 입장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버스 막기가 진행되는 동안 곳곳에서 “구단이 강조한 소통은 무엇이냐?”. “이게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냐?” 등의 외침이 들렸다. 전북 서포터즈석에서 "허병길 나가", "김상식 나가"라는 외침과 함께 영광의 시대를 이끈 "최강희", "백승권" 등의 이름이 등장한 것은 분명한 메시지다. 허나 허 대표가 귀를 막는 동안 구단과 팬들 사이는 단절됐다.

결과적으로 전북은 ‘K리그 최고 리딩 구단’이라는 품격을 잃고 있다. 경기가 재미없는 팀으로 변모했고 자연스레 전주성 관중석의 빈자리는 늘어났다. 전북의 인천전 관중은 8,697명이었다. 같은 라운드의 울산vs수원(15,181명), 서울vs대구(45,007) 경기와 비교해 보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포항전(12,767)과 비교해도 약 4,000명이 전주성을 찾지 않았다.

허 대표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의 책임감과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전북 현대 팬들의 걸개·허병길 대표·김상식 감독·허 대표의 사과문·전북 현대 서포터즈.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전북 현대]-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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