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北 인권 유린 문제 삼지 말라고?... 그게 한반도 평화 위한 길"
"한국 北 인권보고서, 매우 가치 있는 자료"
"北 인권 문제는 독특…권력 1인 집중 탓 발생"
"EU·라틴아메리카 국가 등도 함께 대응해야"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를 나눠 생각하지 말라. 북한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평화는 자리 잡을 수 없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단호했다. 그는 12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과 한반도 안보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잘라 말했다. 김정은 정권이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와 주부들까지 착취해 외화벌이에 내몰고, 벌어들인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북한에 가장 민감한 이슈다. 이에 "북한 인권은 안보와 무관하다"며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뒷배'인 중국, 러시아도 같은 입장이다. 그처럼 옥신각신하는 사이 북한은 13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도발에 나서며 위기를 고조시켰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최초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살몬 특별보고관은 "무척 가치 있는 자료"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 보고서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저장소에 기록돼 향후 가해자 책임 규명에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루 출신 국제법 전문가인 그는 매년 두 차례 북한 인권상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 제출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가 내놓은 북한인권보고서를 평가해 달라.
"매우 잘 썼다. (국제기구와 비정부단체들이 북한인권보고서를 내왔지만) 한국 정부만큼 북한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진 곳은 없다. 고위직을 포함해 최근 북한을 탈출한 이들에게 폭넓게 접근할 수 있는 건 한국 정부만의 이점이다. 보고서를 유엔과 서울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보냈다. 향후 북한의 인권탄압과 관련한 진실을 규명하고 가해자의 책임을 묻는 데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살몬 특별보고관 "북한 인권 문제 '파노라믹 뷰'로 봐야"
-다른 인권탄압국과 북한을 비교하면.
"인권탄압에 순위를 매기고 싶지는 않다. 북한의 만성적이고 근본적인 인권 유린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권력이 1인(김정은)에게 집중됐고, 이를 견제하거나 균형 잡을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총체적인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최근 보고서에서 식량난과 의료시스템, 의약품 접근성의 제약, 즉결처분 등을 지적했다. 또 북한 당국은 해외정보를 유입·유포하는 행위를 더 엄격히 처벌하는 법안(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고 국내여행을 더 제한했다. 주민들의 정치적 자유도 심각하게 옥죈다. 이 권리들은 모두 엮여 있어 어느 게 더 심각하다고 말할 수 없다. 북한 인권은 '파노라믹 뷰'(전체를 보는 시점)로 봐야 한다."
-북한 인권을 실제 어떻게 개선하나.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책임 추궁이다. 국가(북한)와 관련자들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또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탄압 사건의 가해자를 기소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안했다. 책임 있는 당사자라면 반인권범죄를 기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교류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그러려면 북한이 (2020년부터) 국경을 통제하며 내보낸 유엔기구나 국제 비정부기구 등을 다시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국가를 꼽는다면. 한국은 공조를 원하는데.
"많다. 키 플레이어는 유럽연합(EU)이다. 매년 유엔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제출해 통과시킨다.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도 북한 인권 대응 협의체에 끌어들일 만하다. 아시아 주요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곳이다. 따라서 설득하면 북한 인권 문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북한 인권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북한은 인권 유린이 발생하는 여러 나라 중 한 곳이 아니라 국가 단위에서 국민 인권을 대대적으로 탄압하는 특이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인권, 평화, 안보를 서로 분리할 수 없다. 남북 정부가 평화협정을 맺는다 해도 북한 주민들의 삶이 불안정하면 평화는 이어질 수 없다.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평화는 없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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