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의 나라’ 논란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핫이슈]
경찰은 현장 CCTV 포렌식 조사에서 천공 영상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경찰청은 작년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대통령 부부의 관저 선정에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육군 참모총장 공관에 설치된 작년 3월 한 달 치 영상 4TB(테라바이트), 영화 약 2000편 분량의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천공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천공의 휴대전화 위치 기록 분석에서도 관저 후보지 인근 기지국에서 그의 행적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천공이 관저 후보지였던 육군 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보고 갔다는 의혹을 제기한 야권은 국정조사와 청문회까지 열자고 했었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모 묘소를 둘러싼 흑주술 논란도 이 대표 문중이 묘에 기를 보충해주기 위해 치른 의식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페이스북에 경북 봉화군에 있는 부모 묘소 훼손 사실을 알렸다. “일종의 흑주술(黑呪術·위해를 가하는 주술)로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도 했다. 민주당도 가세해 배후 세력을 밝히라며 정치 공세를 폈다. 하지만 경찰 조사 등에서 문중 인사의 요청을 받은 풍수전문가가 이 대표를 돕는다는 취지의 기(氣) 보충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을 미리 알고 싶은 것은 인간의 원시적 욕망이다.
과거는 물론이고 요즘도 택일하거나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점집이나 철학관을 찾는 사람이 많다. 시험철이나 선거철이 되면 점집은 더욱 붐빈다.
하지만 개인이 재미 삼아 점을 보거나 힘든 마음을 의지하는 것과 국정에 무속이 끼어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속에 의지했다 생긴 폐단은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
1882년 임오군란때 장호원에 은신했던 명성황후는 무당 박창렬을 만나, 환궁할 때 그를 데리고 왔다. 예언한 대로 환궁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박창렬은 황후의 그림자가 됐다. 황후는 그녀에게 ‘진실로 영험하다’는 의미의 ‘진령군’이라는 군호까지 내려줬다. 진령군이 된 무녀는 왕실을 굿판으로 만들었고, 왕과 왕비가 모든 판단을 그에게 의지하자, 그에게 줄을 대려는 탐관오리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무속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 대선 기간 출연한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쓰인 ‘왕(王)’자가 노출됐고, 김건희 여사와 인터넷매체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에도 역술인과의 인연이 언급됐다.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사건건 무속을 끌어들여 공세를 펴는 야당을 지켜보는 것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무속은 고대 이래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쳐왔지만, 국정을 주술에 의지해서는 안 될 일이다. 논란을 부추겨 정쟁에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어서도 안 된다. 반정부 집회에서 대통령 부부 인형에 바늘을 꽂거나 초상화에 활을 쏘는 저주술도 더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아직도 무속 논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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