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절대 리뷰를 보면 안 되는 연극 '키스'

장병호 2023. 4. 14. 08: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포일러 경고.'

지난 7일 개막한 서울시극단 연극 '키스'이 어떤 공연인지 요약하면 이와 같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공연을 봐야 이 연극이 가진 매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극단이 내세운 '키스'의 홍보 문구는 '허를 찌르는 반전의 충격'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 작품
네 남녀의 치정극 속 숨겨진 이야기
충격적인 반전, 주제 강조하는 수단
서울시극단 올해 첫 작품…30일까지 공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스포일러 경고.’

지난 7일 개막한 서울시극단 연극 ‘키스’이 어떤 공연인지 요약하면 이와 같다. 만약 이 연극을 관람할 계획이 있다면 지금 당장 ‘뒤로 가기’를 누르는 것을 권한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공연을 봐야 이 연극이 가진 매력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키스’를 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다음과 같다. 칠레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의 국내 초연작. 연출가 우종희, 배우 정원조, 이승우 김유림, 김세환 등이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극단 연극 ‘키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그럼에도 ‘키스’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배경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두 젊은 커플 하딜(김유림 분)과 아메드(정원조 분), 바나(이다혜 분)와 유세프(김세환 분)는 여느 때처럼 TV 드라마를 보기 위해 하딜의 집에 모인다. 먼저 하딜을 찾아온 유세프가 하딜에게 갑작스럽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네 남녀 사이에 감춰진 관계들이 오해와 진심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드라마에서 흔히 볼법한 치정극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서 관객은 이 작품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다. 배우들이 주고 받는 대사는 어딘가 어긋나 있다. 유세프의 예상치 못한 고백에 갈팡질팡하는 하딜, 어눌하게만 행동하는 아메드, 갑작스럽게 등장해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하는 바나까지. 공연 자체가 설익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작품은 그때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서울시극단 연극 ‘키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이 내세운 ‘키스’의 홍보 문구는 ‘허를 찌르는 반전의 충격’이다. 그 말처럼 ‘키스’는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등 한때 유행했던 ‘반전(反轉)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대중들이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기발한 반전이 전하는 충격, 거기서 오는 흥분과 쾌감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반전’에 집착하면 주제의식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반전’을 위해 극의 개연성이 무시될 때도 있다.

‘키스’에 대한 평가도 이 지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공연 시작 40여 분 후 등장하는 반전은 그 자체로는 충분히 신선하면서 충격적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작품이 취한 반전 형식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극 중간에 등장하는 몇몇 장면들은 공연 속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을 비판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지금 어딘가에서는 끔찍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지만, 당신은 TV 드라마를 보듯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물론 이것이 이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키스’가 보여주는 독특한 극 전개는 한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우종희 연출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뒤 직접 번역까지 하며 공연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다. 그는 “희곡이 가진 ‘재미’와 ‘의미’ 모두를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하고자 노력했고 현재의 시각으로 흥미롭게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의 삶의 소중함, 다른 문화권의 이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서울시극단 올해 첫 작품이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서울시극단 연극 ‘키스’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장병호 (solani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