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은퇴식 총지휘→부산갈매기 부활' 野心에 불지른 주인공을 만나다 [비하인드인터뷰]

김영록 2023. 4. 14. 08: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대호의 은퇴식 진행을 돕는 배선유 매니저(왼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22년 10월 8일은 롯데 자이언츠팬들에겐 최근 5년간 가장 슬픈 날이었다.

'부산의 심장' 이대호의 은퇴. 이대호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작별인사와 함께 선수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야구팬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이대호의 은퇴식을 총지휘한 사람이 있다. 롯데 구단 마케팅팀 배선유씨(27).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배씨는 입사 4년차의 여성 사원. 하지만 구단 마케팅팀 주요 업무를 꿰찼을 만큼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젊은 롯데'를 이끄는 멤버다.

응원단 관련 업무와 시구자 등 각종 구단 이벤트 준비가 주 업무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광안리 출정식 역시 배씨의 작품이다. 부산의 애국가로 불리는 '부산 갈매기'의 부활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이강훈 대표이사가 '이름을 꼭 소개하라'며 직접 챙겼다.

영상학과를 졸업한 서울 출신이다. 한 방송에서 인턴 PD로 일한 적도 있지만, 마케팅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의 눈에 야구란 종합마케팅 공룡. 그 중에서도 롯데는 압도적인 팬심으로 유명한 팀이다.

대학 시절 교내 스포츠매거진에 참여할 만큼 활동적인 스포츠팬이었지만, 입사 전까지 야구는 잘 몰랐다고.

"야구단의 마케팅은 다른 일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었죠. 도전할 구석이 많아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야구도, 부산 팬심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이대호의 은퇴식. 스포츠조선DB

2023년은 롯데에 있어 '리브랜딩' 해다. FA 3명 영입에 토종 에이스의 연장계약까지, 4명에게 들어간 돈만 260억원이다. 로고와 유니폼을 비롯한 비주얼 아이덴티티(VI)도 바꿨다.

그 시작점이 바로 이대호의 은퇴식이었다. 한 시대를 마치고, 새 출발을 준비하는 첫 발이었다.

"올스타전에 직접 가서 겹치는 콘텐츠가 있는지 점검도 하고, 나지완(KIA 타이거즈) 선수 은퇴식도 꼼꼼히 챙겨봤죠. 그날의 주인공과 선수단, 프런트, 팬 모두가 함께 하는 모습을 원했어요. 특히 선수단에게 '나도 이렇게 은퇴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되길 바랐죠."

마지막 퍼즐 한조각이 필요했다. 바로 2017년 이후 들을 수 없었던 '부산 갈매기'다. 사실 '사직노래방'으로 불리는 3만 관중의 소름돋는 부산 갈매기 합창을 실제로 들어본 적 없는 그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1루 관중석의 롯데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4.12/

"팬분들이 부산 갈매기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컸어요. 현장에서 앰프 없이 부르시는 모습은 많이 봤죠. 한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응원을 못했잖아요. 우리팀도 새롭게 시작하는 해니까, 계기가 될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시즌 종료 직후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다. 조지훈 응원단장과 함께 부산 갈매기의 원곡자 신동훈 작곡가를 찾아간 것만 4차례. 롯데 구단과의 오해를 풀고, '부산 갈매기'를 향한 팬심을 다양하게 어필했다. 특히 "부산 갈매기가 없으면 나 조지훈도 의미를 잃는다"는 조 단장의 진심이 제대로 통했다.

12일 현장에서 만난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경남고 재학 시절 응원단 활동을 했다는 정민준씨(34)는 "마음 한구석이 항상 아쉬웠는데, 딱 듣는 순간 '그래 이거였어!' 싶더라. 이대호부터 황성빈까지 하나로 이어주는 노래"라며 기뻐했다. 30년 롯데팬이라는 공정빈씨(46)도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부산 갈매기'는 곧 롯데팬의 마음"이라며 환영했다.

사직구장을 배경으로. 사진제공=배선유 매니저

야구계는 팬층 고령화에 따라 '신규 유입'에 대한 고민이 많다. 롯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배씨의 돌파구는 팬커뮤니티 활성화다. 그는 "공식앱에 인기투표가 있는데, 부동의 1,2위가 이학주-황성빈 선수거든요. 기존 팬들과는 선호도가 사뭇 달라요"라며 웃었다. '드림 오브 그라운드' 행사를 통해 부산 소년소녀들을 야구팬으로 이끄는 노력도 진행형이다.

"밀착형 팬서비스가 롯데 인기의 비결 아닐까요? 팬과 선수간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스킨십이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우리 팀도 우승, 마케팅도 우승하는 해로 만들고 싶어요."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