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로맨스’ 이선균 “촬영하면서 ‘현타’ 많이 왔다”

김은형 2023. 4.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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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 '현타' 많이 왔죠. 과장된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즐기려고 했어요. 처음이 힘들지, 한번 망가지면 또 자유로워지더라고요, 하하."

"처음 대본을 보고는 재밌게 읽었지만 '이걸 왜 나한테 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절하려고 감독님을 만나서 (마)동석형이나 쉽게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냐고 했죠. 제가 이 캐릭터를 구축하려면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하고 보는 분들도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도 됐죠." <킬링 로맨스> 에서 이선균이 연기하는 조나단은 '꽐라'섬의 부동산 재벌 억만장자로 자기도취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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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용설명서’ 이원석 감독 신작
B급 유머 많은 탓 “창피했지만 즐거워”
영화 <킬링 로맨스>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촬영하면서 ‘현타’ 많이 왔죠. 과장된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었지만 즐기려고 했어요. 처음이 힘들지, 한번 망가지면 또 자유로워지더라고요, 하하.”

14일 개봉하는 <킬링 로맨스>는 ‘현타 유발’ 영화다. 살인 모의 장소로 10분만 앉아 있으면 20㎏이 빠진다는 전설의 찜질방이 등장하고 동물과 대화하는 경지에 이른 사수생의 도움을 받은 타조가 문제 해결에 나서며 악당과의 마지막 정면 대결에서는 에이치오티(H.O.T.)의 ‘행복’과 비의 ‘레이니즘’ 노래 경쟁이 펼쳐진다. 개연성을 저 멀리 날려보낸 이야기와 캐릭터는, 배우들에게도 큰 도전이었을 터. 더구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tvN)나 영화 <기생충>(2019) 등 진지하거나 이성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던 이선균이라면. “즐거웠지만 두번은 못할 것 같다”고 말하는 <킬링 로맨스>의 주인공 이선균을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킬링 로맨스>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 대본을 보고는 재밌게 읽었지만 ‘이걸 왜 나한테 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절하려고 감독님을 만나서 (마)동석형이나 쉽게 잘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냐고 했죠. 제가 이 캐릭터를 구축하려면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하고 보는 분들도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도 됐죠.” <킬링 로맨스>에서 이선균이 연기하는 조나단은 ‘꽐라’섬의 부동산 재벌 억만장자로 자기도취적인 인물이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과시욕과 경쟁심에 불타면서 발연기 톱스타 출신 아내 황여래(이하늬)를 집안의 인형처럼 가둬놓는다. 숨 막히는 부부생활에 지친 여래는 자신의 열혈팬인 옆집 사수생 범우(공명)와 조나단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당연하게도 둘의 어리바리한 살인계획은 계속 실패한다.

영화 <킬링 로맨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킬링 로맨스>는 컬트무비로 자리매김한 <남자사용설명서>(2013) 이원석 감독의 연출작이다. 이선균이 연기하는 조나단은 하나도 안 멋있으면서 멋있는 척으로 관객을 빵 터지게 하는 <남자사용설명서> 주인공 이승재(오정세)에서 광폭으로 한발 더 나간 인물이다. ‘극열지옥’ 찜질방 안에서 버티기 신기록에 도전하며 유치한 비트박스를 하거나 범우에게 보낸 구태의연한 덕담을 뒷배경으로 폼 잡으며 태권도를 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비(B)급 개그 코드가 터지는 순간들이다. 그는 “혼자 크로마키(화면 합성용 배경) 앞에서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할 때 너무 창피하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연기도 즐거워졌다”며 “코미디 장르는 이완이 잘 돼야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적 텐션이 잘 나오는데 감독님이 워낙 권위의식이 없고 배우들끼리의 관계가 편안해서 이완과 텐션이 잘 구축된 거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 <킬링 로맨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팬들에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코미디는 이선균의 출발점과 같다. 드라마 데뷔작인 <연인들>(2001, MBC)에서 눈치없고 사고뭉치인 백수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선균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는 소속사도 없고 오로지 엔지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 내내 긴장만 하고 연기했던 초년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조나단 연기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이선균은 “캐릭터 안에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면서 놀아봤다”고 했다. 그는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많아서 본의 아니게 ‘짤부자’가 되는 게 아닐까 싶은 걱정도 들지만 <킬링 로맨스>는 그렇게 소비하면서 놀아도 좋은 작품이다. 조나단뿐 아니라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관객들이 맛나게 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 <킬링 로맨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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