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토크쇼, 유튜브를 접수하다

남지은 2023. 4.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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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슈가, 영지 등 연예인 진행 ‘유튜브 토크쇼’
기존 미디어엔 없는 다양한 모습으로 인기
<아이유의 팔레트>에서 아이유과 슈가가 함께 노래하는 모습.

“‘팔레트’에서 아이유와 슈가가 함께 노래한 것 봤어?”

이런 물음에 방송사나 오티티(OTT)를 떠올렸다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겠다. <아이유의 팔레트>는 아이유 공식 유튜브 채널 <이지금>이 만들어온 토크쇼다. 아이유가 연예인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도 부른다. 다른 방송에서는 초대 손님으로도 보기 어려운 아이유가 엠시(MC)를 맡은 덕분에 반응이 뜨겁다. 2020년 9월1일 ‘적재’ 편을 시작으로 지난 4월10일 ‘방탄소년단(BTS) 슈가’ 편까지 19회 방영했는데, 슈가가 나오자 13일 조회수 400만을 훌쩍 넘겼다.

아이유뿐 아니라 슈가∙지코∙조현아 등 연예인이 진행자가 되어 요리·음악 등 소소한 소재를 곁들여 동료 연예인과 수다를 떠는 ‘유튜브 토크쇼’가 유행하고 있다.

술마시며 얘기하는 콘셉트를 유행시킨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가수 비는 2020년 7월부터 <시즌비시즌>이라는 자체 콘텐츠를 만들고 팬들이 시키는 걸 하는 <시즌>, 그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비시즌>을 하다가, <시즌비시즌 시즌3>에서는 초대 손님한테 요리를 대접하는 <레인스 키친>을 선보이고 있다. 코미디언 김대희는 티브이(TV) <개그콘서트> 속 꼭지였던 ‘밥묵자’를 패러디한 <밥묵자>를 2020년 12월부터 해왔다. 2021년 6월 코미디언 이용진의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2022년엔 가수 탁재훈의 <노빠꾸 탁재훈>(3월), 래퍼 지코가 <5분만: 기브 미 어 미닛>(7월)을 선보인 데 이어 코미디언 이용주·김민수·정재형이 영어로 대화하는 <더 피식 쇼>(10월)를 공개해 인기를 얻었다. 올해는 다나카(김경욱)가 밥을 해주고(<지금 밥하러 갑니다>), 유재석이 친한 사람들과 맥락 없이 수다도 떤다.(<핑계고>) 2014년에 시작한 <침착맨>도 2019년 <침터뷰>에 이어 요즘에는 초대석을 마련해 뉴진스 등을 만났다.

콘셉트도 다양해진다. 가장 주목받는 건 ‘음주 토크’다. 래퍼 이영지가 <차린 건 없지만>)(2021) 후속으로 선보인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2022)이 성공한 이후 술 마시며 얘기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우후죽순 늘었다. 초대 연예인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시청자들의 반향이 큰데, 최근 이 방송에 블랙핑크의 지수가 나와 공개 5일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겼다. 풍자의 <풍자애술>,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조현아의 목요일밤>, 슈가의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한 유튜브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비슷한 프로그램이 늘면서 어떤 프로그램이 더 자연스럽고 솔직한 모습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가까워지는 데 요긴한 ‘술방’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석이 마음껏 떠들고 싶어서 만든 유튜브 콘텐츠 <핑계고>.

이들 콘텐츠는 대부분 조회수가 높게 나온다. <노빠꾸 탁재훈>은 한 회가 500만, <아이유의 팔레트> ‘제이홉(BTS)’편은 878만을 기록했다. <차리 건 쥐뿔도 없지만 시즌1>에서는 ‘몬스타엑스 형원’편 등 조회수가 1000만 넘는 방송도 여럿 나오기도 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같은 티브이 토크프로그램과 달리 친한 친구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 혹은 잘 모르는 연예인들이 서로 어색해하며 한 자리에서 어울리는 모습 등이 새롭다는 평들이 많다. 실제로 조현아가 위너의 민호한테 여자 관련 질문을 하거나, 수지가 상대한테 호감을 느끼게 하는 나만의 방법 등을 알려줘 눈길을 끌었다. 지수나 진(BTS)이 술에 취해 한 말과 행동들은 에스엔에스(SNS)를 중심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슈가는 평소 만나고 싶던 배우 이성민을 초대해 사뭇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현재 관련 콘텐츠를 진행하는 한 방송인은 <한겨레>에 “출연 연예인들이 레거시 미디어에서 잘 보여주지 않았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많고, 팬들도 더 많은 토크쇼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요즘은 연예인들이 티브이에서 유튜브까지 확장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슈취타>를 제작하는 빅히트뮤직 쪽은 <한겨레>에 “<슈취타>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는 경우에도 슈가와 게스트가 비교적 편안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팬분들도 편하게 즐기실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현아와 친분 있는 수지가 출연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조현아의 목요일밤>.

연예산업 변화도 유튜브 토크쇼가 활발히 운영되는 요인이다. 빅히트뮤직 쪽은 “자체 제작이어서 시간, 장소, 대화 주제 등에 제약이 없어서 촬영하기 좋다”고 했다. 유튜버들의 인기가 높아진 이후 유튜브 콘텐츠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가 생기고, 연예 기획사들이 드라마와 뮤지컬을 만드는 등 콘텐츠 제작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자리잡은 것이다. <슈취타>는 빅히트뮤직에서 자체 제작하지만,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은 콘텐츠 제작사인 박스미디어에서 만든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요즘은 아티스트가 데뷔할 때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관련 영상을 올리는 게 기본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기 때문에 토크쇼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콘텐츠마다 작가와 피디가 붙고, 카메라를 여러 대 활용하는 등 티브이 프로그램만큼 제작에 공을 들인다. <오늘의 주우재>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범규가 나왔을 때는 카메라 7대가 동원됐다.

<침착맨>에는 뉴진스가 출연해 관심을 끌었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은 4~5개월 만에 구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연예인과 제작사들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콘셉트를 마음껏 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유재석은 <핑계고>에서 “내가 친한 사람들을 만나 수다를 떨려고 한다. 이 콘셉트가 재미가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매일이 행복하다. 나에게 복지 같은 프로그램이다”라고 말했다. 빅히트뮤직 쪽은 “방탄소년단 멤버들, 후배 가수를 비롯해 평소 슈가가 만나고 싶었던 스타들을 초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편한 자리에서 나오는 의외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환호하면서 섭외도 잘 되는 편이다. 빅히트뮤직 쪽은 “슈가와 출연자를 직접 섭외하기도 하고 (제작진이) 만나고 싶은 사람한테 연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토크쇼에 겹쳐서 출연하는 경우가 생기고, 간접광고(PPL) 요청도 늘면서 본래 재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 콘텐츠를 진행하는 한 연예인은 “갈수록 다른 프로그램에 나온 분들이 많아져서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생긴다”며 “프로그램마다 차별성이 사라지는 느낌도 들어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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