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산’ 캐롯, ‘산왕’ KGC 잡아낼 수 있을까?
'캐롯의 기적 행진은 여기서 멈출 것인가?' 고양 캐롯이 13일 안양체육관서 있었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양팀의 전력차를 생각했을때 패한 것 자체는 큰 이슈가 아니다. 문제는 점수차다. 무려 43-99로 패했다. 국제 경기에서 약체팀이 강팀과 붙었을 때나 나올법한 점수차다.
공수에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한 채 처음부터 끌려다니다가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물론 여기에는 일찌감치 백기를 들어버린 캐롯 김승기 감독의 탓도 크다. 김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인지라 잡기 어려운 경기에서조차 무리를 하게되면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체력 안배를 시켰다"며 주전들을 불러들인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대한 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프로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게 맞다"며 성의없는 경기 내용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있는가하면 "얇은 선수층으로 체력 문제까지 있었던지라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을 것이다"며 이해하는 의견도 적지않다. 어쨌거나 현재 캐롯이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실 시즌 내내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캐롯이 4강에 진출한 것 자체가 기적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밀리는데다 간판스타 ‘불꽃 슈터’ 전성현(32‧188.6cm)마저 몸상태가 좋지않아 정상 출격이 힘들었다. 김감독의 임기응변과 극단적인 양궁 농구를 통해 어렵사리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캐롯 입장에서 외곽 에이스의 부재는 다른 대안 자체가 생각이 안날만큼 치명적이었다.
1차전을 내줄 때까지만 해도 울산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힘들 듯 보였다. 하지만 프로 2년차 이정현(23‧187cm)이 토종 에이스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5‧201cm)도 취약한 포스트를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거기에 베테랑 김강선(36‧190cm)과 한호빈(31‧180cm)이 공수에서 힘을 보태줬다.
어찌보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중 객관적 전력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었으나 현대모비스와 1승씩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간후 기어이 시리즈를 잡아냈다. 전성현같은 경우 4차전부터 돌아왔지만 여전히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제대로 훈련도 하지못한 상황인지라 몸놀림은 물론 슛 감각 또한 한창 좋을 때와는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냈던데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요소가 컸고 실제로 캐롯에는 자신감을, 현대모비스에는 부담감을 안겨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규리그 1위팀 KGC는 다르다. 베스트5의 무게감은 물론 선수층에서도 현대모비스보다 우위에 있다. 거기에 양희종(38‧194cm), 오세근(35‧199.8cm), 대릴 먼로(37‧197cm) 등 노련한 베테랑들이 많아 어지간한 심리전이나 분위기 반전용 카드도 잘 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변준형(27‧185.3cm), 문성곤(29‧195.6cm)은 챔피언결정전 등을 통해 큰 경기 경험이 보강된 상태이며 그나마 다혈질(?) 변수가 있는 주포 오마리 스펠맨(25‧206cm) 또한 지난 시즌에 비해 한결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체 팀 전체적으로 공수에서 균형이 잘 잡혀있는지라 배병준(32‧191cm)같이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도 좋은 부분만 뽑아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는 캐롯에 비해 전력에서 앞서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부분에서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반면 KGC는 빈틈을 찾기가 쉽지않다. 더욱이 캐롯은 현대모비스와 5차전 진흙탕 승부를 벌이느라 심각한 체력적인 문제까지 안고 있다. ‘이기는게 더 이상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캐롯과 KGC의 대결을 만화 ‘슬램덩크’ 후반부에서 나온 북산고와 산왕공고에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난적들과 어려운 승부를 벌인 끝에 힘겹게 본선 무대를 밟은 북산은 캐롯, 전국 최강으로 불리며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산왕은 KGC다. 파워에 기술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빅맨 신현철은 오세근을, 내외곽을 가리지않는 맹폭격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득점머신 정우성은 스펠맨과 오버랩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않는 차분한 심장의 소유자 이명헌은 양희종, 먼로와 비교될만하다. 빼어난 드리블과 운동능력이 일품인 변준형은 공격에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를 질식시켜버리는 문성곤은 수비에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배병준의 3점슛 또한 승부처에서 카운터펀치로 작용될 수 있다.
반면 캐롯은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전성현, 아직 2년차에 불과한 이정현 등에 기대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산하고 닮은 꼴이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데다 다양한 변칙 전략에 능한 김승기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KGC사령탑이었다는 정도가 그나마 변수로 주목된다.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캐롯이 KGC를 맞아 다시 한번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많은 농구 팬들이 캐롯표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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