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계속된 발란·트렌비, 명품 수요 주는데 흑자 전환 가능할까
트렌비, 매출 8% 성장... 영업손실 230억
광고비 줄이고 수익성 개선 박차... “올해 흑자 전환 목표”
코로나 특수로 몸집을 키워 온 명품 플랫폼들의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란의 매출은 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3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늘었고, 당기순손실은 38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발란이 밝힌 지난해 총거래액은 6800억원으로 전년(315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광고선전비와 급여 등 판관비도 2배가량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트렌비의 지난해 매출은 225억원으로 전년(218억원)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30억원에서 233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303억원에서 219억원으로 줄었다.
전년과 비교해 광고선전비를 절반으로 줄이며 실적 개선의 의지를 보였으나, 직원 급여 및 퇴직급여가 크게 증가하면서 적자가 계속됐다.
해외 지사 5개를 연결한 연결 기준 매출은 882억원으로 전년(963억원)보다 8%가량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작년부터 거래액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선 전년(3000억원대) 수준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명품 플랫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성장했다. 가입자를 늘려 점유율을 확보한 후 매출을 늘리는 ‘계획된 적자’ 전략 아래 톱스타를 기용한 TV 광고를 적극적으로 펼쳐 단기간에 사세를 키웠다. 그 결과 2021년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3~6배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엔데믹(풍토병화) 기조가 시작되며 명품 소비가 줄고, 경기 불황으로 스타트업으로 흐르던 자금줄마저 끊기면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8월과 10월 트렌비와 발란은 각각 350억원, 250억원의 추가 투자에 성공했다. 어려운 대외환경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크게 낮춰야 했다.
발란은 지난해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를 당초 8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낮춘 끝에 자금을 수혈할 수 있었다. 트렌비 역시 희망 기업가치가 4000억원이었지만, 2800억원으로 낮췄다. 확보한 투자금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명품 플랫폼들은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란은 지난해 2분기에만 광고선전비를 177억원 집행했으나, 3·4분기 도합 123억원으로 지출을 줄였다. 2분기 271억원이던 판매관리비도 3·4분기 각각 100억원대로 낮췄다. 전체 거래액 중 재구매 고객 비율이 59%에 달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은 작년 2분기 174억원에서 3분기 107억원, 4분기 17억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할 거라고 회사 측은 전망한다.
발란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수익 개선에 집중한 결과 적자 폭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4분기의 흐름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져 비경상 비용을 제외하면 경상 흑자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반기 중 BEP 달성 및 연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렌비는 지난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운영 효율화 및 외부 브랜딩 마케팅을 중단한 결과 수익 개선을 이루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역시 스타트업의 성장 중심 비즈니스에서 효율과 운영 중심의 비즈니스 체계를 재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최주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최고사업책임자(CBO)로 조정하고, 이종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리세일(재판매)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로 조정했다.
그러나 최근 명품 소비가 계속 줄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명품 플랫폼(발란·트렌비·머스트잇·오케이몰) 4사의 올해 1월 이용자 수 합계는 8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올해 1~2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도 발란(36만 명), 트렌비(35만 명), 머스트잇(18만 명) 모두 이용자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투자 시장이 경색되다 보니 기업 가치의 무게 추가 성장성보다는 수익성으로 옮겨지고 있다”라며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실적 개선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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