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아이스크림 이사회 재편, 빙그레와 경영 거리두기 나섰다

배동주 기자 2023. 4. 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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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내 기타비상무이사 수 조정
빙그레 인사 빼고 내부 인사 이사에
오너 3세 경영 시험대 가능성도

빙그레에 인수된 해태아이스크림이 독립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사회 내 빙그레 인사 대신 해태아이스크림 내부 인사를 사내이사에 올렸다.

롯데푸드를 합병한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를 따라 빙그레도 해태아이스크림과 통합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과 대조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빙그레 메로나, 비비빅 등이 진열되어 있다. /뉴스1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달 말 주주총회를 열고 사내이사(대표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으로 구성했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으로 조정했다. 신임 사내이사에는 김정태 해태아이스크림 경영기획본부장 상무를 선임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이 이사회에 대표이사가 아닌 자사 소속 사내이사를 선임한 것은 2020년 빙그레가 새 주인으로 오른 이후 처음이다.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 인수한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대표이사를 제외한 이사회 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구성해 경영에 참여해 왔다.

기타비상무이사는 기업의 상시적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을 갖는다. 빙그레는 최강훈 냉장사업담당 상무, 김진규 마케팅담당 상무보를 각각 이사회에 배치, 빙그레 소속의 물류 회사 제때로의 아이스크림 물류 통합 등을 진행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더딘 실적 개선이 독립 경영 개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21년 20억원 영업적자를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영업이익 56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으나, 아직 빙그레가 인수 당시 예측한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앞서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325억원에 인수하면서, 해태아이스크림의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782억원과 75억원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해태아이스크림은 빙그레의 전망보다 1년 늦은 지난해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749억원, 56억원을 기록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이번 사내이사 신규 선임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사내이사인 김정태 경영기획본부장은 해태아이스크림 경영기획팀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빙그레 경영기획담당 전무 출신인 박창훈 대표와 꾸준히 일해 온 인물로도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합병 가능성도 줄게 됐다. 그동안 시장에선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롯데웰푸드로 합병해 빙과사업 부문 운영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에 나선 만큼, 빙그레도 조만간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한 롯데웰푸드의 빙과시장 점유율(업계 추산)이 44.1%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합산 점유율 40.7%를 이미 앞서는 가운데, 롯데웰푸드가 아이스크림 제품군 통합 마케팅 통합 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을 하면 주력 브랜드에 영업력을 집중해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변수는 실적”이라면서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이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합병을 해도 상승효과가 난다.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 개선이 먼저”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태아이스크림의 독립 경영 행보가 오너 3세의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호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만씨가 해태아이스크림에 입사하면서다. 김동만씨는 올해 초 해태아이스크림 부장으로 입사해 기획과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김 회장의 장남은 빙그레를 차남은 해태아이스크림을 맡는 구조가 됐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환씨는 빙그레에서 마케팅본부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한 빙그레 소속 물류 회사 제때의 지분을 각각 33.34%, 33.33%씩 보유하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재편은 해태아이스크림이 빙그레에 인수된 지 3년차를 맞았고, 어느 정도 내부 안정을 이뤘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책임 경영 강화 차원”이라면서 “올해는 ‘폴라포’ 등 성수기 주력 제품을 내세운 매출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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