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이스보이 슬립스’ 최승윤 “여우주연상 수상, 상상도 못했죠”
“무용→연기, 꼬리를 무는 우연과 기회의 연속”
최승윤은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감독 앤소니 심)에서 엄마 소영을 연기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앤소니 심 감독의 반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1990년 모든 게 낯선 캐나다에서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 소영과 아들 동현의 잊지 못할 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최승윤은 5번의 줌 오디션을 통해 ‘라이스보이 슬립스’에 합류했다. 앤소니 심 감독은 수많은 오디션 테이프를 본 후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고,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최승윤을 엄마 소영 역에 캐스팅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최승윤은 “모든 게 새로웠고,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 알게 된 캐스팅 디렉터 수 킴이 오디션을 적극 추천해줬다. 주연 배우 오디션이니까 욕심 없이 경험 삼아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감독님이 감독님께서 연기력이 좋은 배우를 찾는다기보다 소영을 찾은 느낌으로 봤다고 하더라. 전 소영이와 어떤 점이 닮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선 비슷하다고 한다. 제가 말을 돌려서 하는 편이 아니라 있으면 툭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런 면이 닮았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 오디션 끝나고 공포가 극에 달했어요. 내가 주연이라니 날 뭘 믿고 캐스팅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고 오디션 합격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경험이니까 그만하겠다고 할까 싶었죠. 그러다가 막상 캐나다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혼자서는 막연해서 무서웠는데 실제로 같이 일할 사람들을 보니까 같이 의지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는 “팬데믹 기간이라 더 힘들었다. 배우들만 촬영 때 잠깐 벗고 연기하고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감독관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힘들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배우들을 편안한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줘서 몰입할 수 있었다. 감독님이 연기 활동도 같이해서 연기자가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불편한 부분을 이해해줬고, 이든이와 도현이도 연기를 섬세하게 잘 해줬다”며 ‘라이스보이 슬립스’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소영은 싱글맘이고 저보다 이른 시대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1970년대 음악과 영화를 찾아보고 당시 시대상이나 여성상을 참고하려고 했다. 감독님이 이민자 다큐도 보내줘서 참고했고, 영화에는 담지 않았던 소영의 성장기를 찾아보고 이해하려고 했다. 아이를 낳아본 적은 없지만, 감독님이 촬영 전 아들 역을 맡은 황이든 황도현과 가까워질 수 있게 시간을 줬고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겼고 그런 모습이 영화에 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전세계 영화제와 비평가협회에서 24관왕을 달성 중이다. 최승윤은 아프리카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16일 열리는 2023 캐나다 스크린어워즈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상상도 못 했다. 지금도 신기하다. 아버지가 굉장히 좋아하신다. 처음에 큰 스크린에 내가 나오는 게 너무 불편했다. 소영이가 아닌 나로 보여서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3번째 봤을 때는 그래도 저와 분리가 돼서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트로피를 보면 신기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후 에미상 숏폼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오른 ‘DXYZ: 최승윤 배우 만들기 프로젝트’에 이어 무용수의 삶을 다룬 픽션 다큐멘터리 ‘아이 바이 유 바이 에브리바디’ 공동 연출과 주연을 맡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받는 등 배우와 감독으로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는 “‘두 여자’는 친구들이 제작하고 창작한 건데, 출연해 줄 수 있겠냐고 해서 하게 됐다. 공연하면 돈을 못 버니까 아르바이트하듯이 했다. 친구들이랑 일하니까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카메라가 익숙해지니까 제 작품을 만들게 됐고, 그 작품을 캐스팅 디렉터 수 킴이 봐서 우연히 ‘라이스보이 슬립스’ 오디션까지 봤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우연과 기회의 연속으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무용가와 배우, 그리고 감독까지.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준 그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고 했다.
“현재 연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언젠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이후 미국 회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고, 오디션 제의가 꽤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인생이 주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개인적으로 의미가 커요. 첫 장편 주연이었고 새로운 예술을 해봤다는 성취감도 있죠. 처음엔 개인의 성취와 발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관객들과 향유하는 거잖아요.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잘 봤다고 이야기해줄 때 개인의 성취를 넘어서 더 큰 의미가 있는 도전이었구나 싶어요. 어떻게 보면 연기는 제가 사랑하는 무용의 연장이고 확장이기도 하고요. 우리 영화는 이민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예요. 한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어떻게 볼지 설레고 긴장돼요. (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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