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6연승 숨은 보석' 설영우 "대표팀 경험, 자신감 상승하고 좋은 자극제 됐어요"
요새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수비수 설영우(25)에겐 별명이 꽤 많다. '위르겐 클린스만의 첫 픽(pick)' '홍명보의 믿는 구석' 등 좋은 수식어가 다 붙었다. 하나 더 붙을지 모른다. '울산의 7연승 숨은 보석'.
13일 현재 6연승을 달리는 울산(승점 18)은 K리그 개막 최다 기록인 7연승을 향해 가고 있다. 설영우는 그 고지를 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선수 중 한 명이다. 최근 설영우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번 연승 기록을 넘어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울산이 16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대전하나시티즌을 꺾으면 수원 삼성(1998년)과 성남FC(2003년)가 보유한 K리그 개막 최다 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최근 대전의 기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2부 리그에서 승격한 대전은 현재 4위(3승 2무 1패·승점 11)로, K리그1 최다득점(14득점)의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맞선 울산도 13득점에 최소실점(4실점)으로 창과 방패의 승부가 예상된다.
프로 4년 차인 설영우는 "프로 무대에서 6연승을 해 보는 건 처음이다. 매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모든 경기를 잘하길 바라고 믿음도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현재까지 좋은 기록을 세우고 있고 최다 기록이 7연승이라고 하니 도전해 보고 싶다"고 승리 의지를 보였다.
설영우는 홍명보 울산 감독이 주로 쓰는 4-2-3-1 전술에서 좌우 풀백이 모두 가능한 선수다. 오른발잡이지만 좌측 풀백으로 나설 땐 공격이 두드러지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설영우는 "처음 왼쪽 풀백으로 나설 땐 어려움이 많았고 진짜 못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이제는 왼쪽이 더 편해진 것 같다. 왼쪽에선 안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슈팅이나 연계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더 공격적인 면이 나오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홍 감독은 2020년 울산에 부임한 이후 수비진을 혹독하게 훈련하고 있다. 설영우는 그래서 "비디오 미팅 시간이 두렵다"고 했다. 비디오 미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지난 경기를 영상으로 보면서 잘못된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오죽하면 '오늘도 내 얘기만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미팅실에 갔다가, 나올 때 주눅이 들기도 한다고. 주전급 선수들 중 막내인 설영우는 "감독님께서 좋은 뜻으로 잘못을 지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잘한 장면들도 짚어주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국대' 설영우와 '클린스만호' 그리고 형들
설영우는 K리그 6라운드 동안 '1골 1도움'을 올렸다. 특히 1도움은 지난 8일 수원 삼성과 경기에서 루빅손의 골을 도와 올린 기록이다. 지난달 남자 축구대표팀에서 돌아온 뒤 나온 기록이라 의미도 있다. '국대'로 상승한 자신감이 팀에서도 발현된 셈이다.
그는 대표팀의 우루과이와 A매치 2차전 직전 위르겐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2020년 U-23(23세 이하)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적은 있지만 성인대표팀은 처음이었다. 콜롬비아와 A매치 1차전 도중 김진수(전북)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설영우가 대체 선수의 행운을 얻었다. 그러자 '클린스만의 첫 픽'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A매치에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이 선발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차출했다.
설영우는 대표팀과 얽힌 특별한 일화를 들려줬다. 지난달 24일 설영우의 대표팀 발탁 발표 전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영우는 소속팀 형들인 김영권 김태환 조현우 등의 연락을 받았다. 당시 울산에서 콜롬비아와 경기를 치른 뒤 제대로 먹지 못한 선수들은 설영우에게 '족발 배달'을 부탁했다. 설영우의 부모님은 울산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데 '맛집'으로 유명하다. 설영우는 형들의 부탁에 대표팀의 숙소로 족발을 배달했다. 그런데 다음날 공교롭게도 설영우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설영우는 "당시 언론에 보도된 걸 보자마자 (김)영권 형이랑, (김)태환 형한테 연락이 왔다"면서 "어제까지 족발 배달하다가 이제 대표팀 오는 거냐며 놀리셨지만 많이 축하해주셨다"고 했다.
설영우는 비록 경기에 뛰진 못했지만 "자신감이 많이 상승했고, 좋은 자극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오)현규가 왜 그렇게 자극을 받았다는 인터뷰를 했는지 이해가 됐다. 대표팀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훈련해 보니 거긴 또 다른 세계였다"면서 "손흥민 형 등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제일 잘하는 사람들만 모인 곳이니까 절대 자만할 수 없는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184㎝ KLPGA 최장신 김나현 "장타는 자신 있어요"
- 피겨 이해인, 개인 최고점으로 팀 트로피 쇼트 전체 1위
-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첫날부터 스타 탄생 예고... 루키 김민별 '코스레코드 타이' 선두
- ‘관중 56만 명’ 프로배구 부활... 남자부 압도하는 여자부 흥행
- KGC인삼공사, '김승기 더비'에서 56점차 대승...PO 역대 최다 점수차
-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자매 골퍼 고지우-고지원 “한국의 코다 자매 꿈꿔요”
-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유럽 강자' 린 그랜트 "한국 코스 어렵네요"
-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선수들 숨소리 그리웠다…봄 소풍 온 느낌”
- 안풀리는 김민재…나폴리 UCL 8강 1차전서 AC밀란에 0-1 패
- 쇼골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 론치모니터 '미보 레인지'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