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53일간의 살인,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스토킹 범죄 위험성 '조명'

김효정 2023.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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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스토킹은 분명한 살인의 전조이다.

13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53일간의 살인'이라는 부제로 정은 씨의 끔찍했던 그날을 조명했다.

지난 2016년 4월 19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서 백주 대낮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칼을 든 한 남성이 한 여성에게 칼부림을 한 것.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던 여성은 남성이 휘두른 칼에 맞고 쓰러져 버렸고, 끔찍한 사건을 목격한 주민들이 이 남성의 뒤를 쫓았으나 그는 도주했다.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여성은 사망했고, 남성은 사건 발생 24시간 만에 검거됐다.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남성의 정체는 피해자의 전 남자 친구 31세 동갑내기 한 씨였다.

한 씨는 피해자 김정은 씨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며 변호사 4명을 선임해 우발적인 살인을 주장했고, 이에 정은 씨의 부모님은 한 씨가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본인들이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거리로 나섰다.

아버지는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어머니는 전국 곳곳을 누비며 서명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꺼내고 또다시 꺼내야 했다.

그런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범죄피해를 입은 여성을 지원하는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송 대표가 돕고 싶다고 한 것. 그리고 구 변호사도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무료 변론을 자원하고 나섰다.

그렇게 재판을 앞두고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는 시간이 시작됐다.

1년 전, 대형 치과 총괄 실장으로 근무하던 정은 씨는 미국 영주권자이자 유명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한 씨를 만나 금세 사랑에 빠졌고 이에 교제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했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씨가 정은 씨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고 통제를 하려 들었던 것. 그리고 그 무렵 유명 증권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한 씨.

이에 두 사람은 점점 싸움이 잦아졌고, 만난 지 8개월째 정은 씨는 한 씨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한 씨. 그는 정은 씨에게 "많은 시간 고민했지만 이제 결정했어"라며 이해할 수 없는 편지를 보냈고, 그렇게 비극이 시작됐다.

정은 씨의 이별 선언 이후 한 씨의 집착은 날로 심해져 갔던 것. 그는 절대 헤어지지 못한다면 집요하게 매달렸고 정은 씨에 대한 스토킹이 시작됐다.

특히 한 씨는 정은 씨가 자신에게 빌려준 돈을 빌미로 만남을 요구했고, 돈을 갚겠다더니 자신에게 주는 위자료라고 생각하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전에 만나던 여자도 너처럼 날 버렸거든? 그런데 어떻게 했는지 알아? 그 여자랑 가족들까지 다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아쉽게 실패했어. 그냥 다리만 부러뜨렸어. 그런데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나하고 헤어지면 너하고 가족 전부 다 죽여버릴 거야"라며 정은 씨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위협했다.

한 씨의 스토킹에 정은 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그리고 정은 씨는 그의 스토킹을 기록하기 위해 그와의 통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매번 갖은 이유로 정은 씨를 협박하는 한 씨. 하지만 정은 씨와 가족은 신고를 포기했다. 폭행이나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는 스토킹 피해를 입어도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당시 경범죄로 벌금 8만 원이 고작이었던 스토킹 범죄. 도리어 정은 씨는 신고 사실을 한 씨가 알면 그를 더 자극할까 봐 신고를 포기했던 것이다.

이에 정은 씨는 안전 이별을 하기 위해 한 씨에게 조금의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그리고 정은 씨의 아버지는 딸을 위해 매일 함께 출퇴근을 했다.

그러나 한 씨는 스토킹을 반복했고, 그렇게 정은 씨와 가족을 몹시도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은 씨에게 "잘 있어요 내 사랑'이라는 문자가 도착했고, 그 후 한 씨는 연락을 끊었다.

한 달이 지난 시간까지 연락이 없는 한 씨. 이에 정은은 안도했고 아버지에게도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이에 두 달 만에 아버지는 운동을 하기 위해 외출을 했고, 정은 씨만 혼자 집에 남았다.

4월 19일 오전, 양복 차림에 검은 가방을 든 한 씨가 정은 씨의 우편함 확인한 후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약 1시간 정은 씨의 집에 머문 두 사람.

한 씨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살을 하려고 찾아갔다.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도망가는 바람에 그다음부터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라며 우발적인 살인을 계속해서 주장했다.

하지만 증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정은 씨 집에 한 씨가 들고 갔던 가방, 그 안에는 결박을 위한 로프와 테이프, 염산으로 채워진 박카스 병, 손잡이에 압박 붕대가 감긴 칼 3자루 등 그의 범행이 완벽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스토킹도 부인한 한 씨는 사랑해서 그랬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씨는 모든 잘못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고 피해자의 배신으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은 씨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탄원서를 모으는 일뿐. 그렇게 정은 씨의 어머니는 매주 탄원서를 제출했고, 그리고 전국에서 3만 8천 통의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했다.

정은 씨뿐만 아니라 정은 씨의 가족들 삶까지 망가뜨린 한 씨. 이에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법원은 한 씨가 사회와 무기한 격리되어야 마땅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리고 이 판결은 한 씨의 항소에도 바뀌지 않았다.

1999년 스토킹 특례법이 발의되었지만 2021년 10월이 되어서야 시행이 결정되었다. 이는 스토킹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큰 원인이었다.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또한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인 스토킹 범죄. 이에 스토킹은 합의를 위해 또 다른 스토킹이 시작되기도 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또한 처벌을 원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보복으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에 법무부는 이 사건 이후 반의 살불벌죄 폐지 추진을 발표했으나 아직도 미적용 중이다.

신당역 사건 당시 서울시의 한 의원은 "좋아하는데 그걸 안 받아주니까 폭력적인 대응이 일어난 것 아니냐. 가해자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회생활과 취업 준비를 했던 청년일 거다"라며 스토킹 범죄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스토킹은 살인의 전조이다. 정은 씨는 4월 19일에 죽은 것이 아니라 53일간에 걸쳐 죽어갔던 것. 그 기간 동안에는 살인을 막을 수 있었던 기회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

돌이키기만 해도 너무 아픈 그날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피해자인 정은 씨의 얼굴을 공개한 피해자의 부모님들. 그들은 "피해자 부모가 애쓰지 않아도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라며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알리고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를 결정했다.

이에 우리는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결정을 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안전 이별을 위해 사회가 함께 노력할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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