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부터 배달까지 장악한 로봇

조승예 기자 2023. 4. 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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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일자리 대신하는 유통가 로봇③] 구인난·인건비 부담 해결사로 등판

[편집자주]기계와 로봇이 유통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근무자의 편의를 돕는 기계부터 작업 과정을 줄이는 로봇까지 가지각색이다. 길거리 배달로봇부터 물류센터의 로봇 팔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활약 중이다. 기술의 발전은 편의와 걱정을 동시에 불러오고 있다. 사람을 돕는 기술이라는 입장과 이대로 가면 로봇에 일자리를 뺏길 것이란 우려가 공존한다. 아직은 '사람을 위한 기술'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유통업계 곳곳을 살펴봤다.

가맹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협동 조리로봇 가맹점 시범 운영 중인 교촌치킨. /사진=교촌치킨
음식 만드는 로봇 팔, 서빙하는 로봇. 최근 유통가에 로봇이 빠르게 스며들면서 식당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CTA)에 따르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2027년 3420억달러(약 44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심화한 구인난과 상승하는 인건비 부담으로 외식업계에서 조리로봇 도입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로봇의 상용화를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면서 길 위를 돌아다니는 배달로봇을 볼 수 있는 시대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복잡한 튀김 과정도 'OK'… 운영 효율성 'UP'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로봇 도입 실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키친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올 초부터 협동 조리로봇 자동화 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가맹점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협동 조리로봇이 도입된 가맹점은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1호점, 서울 강동구 상일점, 서울 성동구 한양대점 등 3곳이다.

교촌은 가맹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21년 10월 로봇 제조업체 뉴로메카와 손잡고 치킨조리로봇을 개발해 가맹점에 도입하고 있다. 이 로봇은 교촌치킨 특유의 조리 방식에 맞춰 1, 2차에 나눠 튀긴 후 기름을 제거한다. 사람이 튀기는 것과 동일한 맛을 구현하지만 한 달 대여 비용은 100만원 정도로 인건비의 3분의 1 수준이다.

바른치킨과 멕시카나치킨 등도 로봇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바른치킨은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협업으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해 가맹점 13곳에 도입했다. 특히 미국 뉴저지 가맹점에까지 솔루션을 도입하며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멕시카나치킨은 지난해 말 경기 김포시 북변점에 맥봇을 도입한 데 이어 충남 보령시 명천점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점에도 적용했다.

로봇으로 치킨을 조리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탄생했다. 로봇 스타트업 로보아르테는 로봇 개발·공급 외에도 자체 프랜차이즈 브랜드(PB) 롸버트치킨으로 직영점 7개, 가맹점 3개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아르테의 치킨조리로봇은 중간에 세 번씩 튀김 바구니를 흔들어주며 순살 치킨은 6분, 뼈 있는 치킨은 9분30초 정확한 시간에 맞춰 튀겨 낸다. 치킨조리로봇 1대가 1시간 동안 조리할 수 있는 치킨은 50마리에 달한다. 롸버트치킨은 오는 7월 뉴욕 맨해튼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해 미국 진출에 도전한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있으면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낮추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로봇 도입에 따른 생산성과 경제성, 만족도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면 도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로 하늘로… 배달로봇 시대


올해 안에 자율주행 배달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통가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배달로봇의 보도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배달로봇 운용의 근간이 되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로봇법) 개정안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다. 절차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4분기에는 길거리에서 배달로봇의 주행 장면을 볼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최근 서빙로봇사업부를 독립법인인 비로보틱스로 분사하며 서빙로봇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배민로봇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누구보다 로봇에 진심인 기업이다. 최근 서빙로봇사업부를 독립법인인 비로보틱스로 분사하며 서빙로봇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1500대의 서빙로봇을 보급했으며 2026년까지 1만대 이상 보급을 목표로 세웠다. 서빙로봇 렌털 사업뿐만 아니라 배달 로봇 실증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 로봇으로는 ▲실내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 ▲실내 자율주행 층간 이동 배달로봇 딜리타워 ▲실내 자율주행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등이 있다.

몽중헌, 온더보더, 파리크라상, 라그릴리아, 서리재, 짬뽕지존, 아비꼬 등에서는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이 운영 중이다. 베어로보틱스의 신제품 서비 플러스(Servi+)는 화성 탐사로봇에 사용되는 시스템(Rocker-Bogie)을 서스펜션 설계에 응용해 울퉁불퉁한 타일 바닥이나 요철을 넘어 안정적으로 음료와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배달 피자 전문 브랜드로 시작한 도미노피자는 드론 배송 도입에 적극적이다. 도미노피자는 4월부터 매주 주말 대구의 대표 관광지 수성못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미노피자 앱을 통해 지산범물점에서 피자를 주문하면 수성못을 선회하는 드론을 만나볼 수 있으며 착륙 후에는 배달로봇이 피자를 가져다 준다. 도미노피자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세종시와 제주시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지속해서 푸드테크 기업으로 변모를 시도하고 있다.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도 음식 배달, 근거리 배송 등에 로봇을 도입하기 위해 배달로봇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드론 물류배송 솔루션·서비스 전문기업 파블로항공과 손잡고 지난해 강원 영월군의 한 매장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일시 중단한 상태로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경기 가평군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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