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에 치인 중견3사, 수출로 이겨냈다…해외서 알아주는 모델들
트레일블레이저·XM3 등 수출 호조…"국내 신차 출시로 건전한 흑자 노력해야"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최근 몇년간 판매 부진을 이어오던 국내 완성차 업체 중견 3사가 적자 흐름을 끊고 표정이 밝아진 데는 수출이 한몫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생산기지 역할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국내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견 3사(KG모빌리티,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 12일 르노코리아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매출 4조8620억원, 영업이익 18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도 3조8599억원 대비 26.0% 늘었다. 영업이익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797억원, 2021년에는 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3년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GM한국사업장(한국GM)도 지난해 매출 9조102억원에 영업이익 2766억원, 당기순이익 2101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도 전년(6조9738억원) 대비 32.6%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법정관리체제 하에 있었던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도 주인이 바뀌면서 실적은 개선 흐름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339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2016년 4분기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한 이후 6년만의 흑자다.
외국계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좋은 수출 성적이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한국GM의 수출 효자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해 누적 수출 15만5467대를 기록하면서 현대자동차 코나·아반떼에 이은 수출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트레일블레이저에 힘입어 한국GM은 지난해 22만7637대를 수출해 중견3사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출량을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의 수출을 이끈 것은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다. 르노코리아의 지난해 수출 물량은 11만7020대로 전년도 7만1673대 대비 63.3% 급증했는데, 이중 XM3는 9만9166대를 차지했다.
지난해 신차 토레스가 인기를 끌었던 KG모빌리티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역시 수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KD 사업(부품 형태 수출, 현지 조립 방식)의 현지 조립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고, 3월에는 베트남 업체와 KD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4일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수출 시장의 틈새 시장 공략을 천명하기도 했다.
외국계인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저조한 실적에 국내 시장 철수를, KG모빌리티는 파산 위기까지 놓였지만, 실적 반등은 국내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견 3사가 수출 위주의 판매 전략을 가져가는 것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수출 위주로 실적이 쏠리면서, 국내 시장 신차 출시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글로벌 수요가 높아 수출 실적이 높지만, 수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언제든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올해 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하면서 높은 가성비로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 중인 트레일블레이저와 유사한 차급으로 시장 다양성은 떨어진다. 대형 픽업트럭 GMC 시에라를 들여오는 등 수입 모델을 늘리고는 있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일 만한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르노코리아는 QM6 부분변경 모델 등을 내놨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신차가 없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기반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토레스 의존도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8.6%로 국내 신차 10대 중 9대는 현대차·기아의 차량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견 3사의 흐름이 좋다. 국내 존립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으면 수출 실적 악화나 노사 분규 등이 생기면 언제든 국내 시장을 떠날 수 있다. 지속적인 좋은 신차 출시로 건전한 흑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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