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더니 결국 미사일 도발… 고체연료 ICBM 가능성

구현모 2023. 4. 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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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상 고각 발사… 1000㎞ 비행
軍당국 “새 무기체계 시험” 분석
美 “강력 규탄… 동맹국과 협력”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동해 상으로 발사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그동안 시험하지 않은 신형 무기체계로 북한이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일 가능성도 크다.
북한이 75주년 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 맞아 지난 2월 8일 진행한 야간 열병식에 공개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1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7시 23분쯤 북한이 평양 동남쪽 부근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한발을 포착했다.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홋카이도 방향으로 약 1000㎞ 비행 후 탄착했고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 중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이후 17일 만이다. 북한이 일주일째 남북 연락 채널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대형 도발을 준비 중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한때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북한 미사일이 홋카이도 주변에 낙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오전 7시55분 피란 경보를 발령했다가 이후 “낙하 가능성이 사라졌다”며 정정했다. 미사일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다. NHK에 따르면 삿포로시에서 출근 중이던 시민들이 일시대피하기도 했다.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군은 미사일의 발사 특성과 궤적 형태 등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올해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IC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고체연료 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고 사전 징후 포착이 힘들어 선제 대응이 어렵다. 다만 사거리가 5500㎞ 이상이 돼야 ICBM으로 분류하는데 이번 미사일은 그보다 사거리가 짧은 것으로 파악돼 고체연료 ICBM 기술이 완성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이드리언 왓슨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13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도 한·미는 “미국이나 동맹국, 우방국들에 대한 어떠한 북한의 핵 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영향”이라고 맞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주일 소통 끊더니 결국 도발… ‘신무기’ 시험발사 지속 가능성

북한이 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고각으로 쐈다.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북 연락채널이 일주일째 불통된 상황에서 북한 도발이 거듭되면, 한반도에서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더욱 심해질 위험이 있다.

◆고체연료 ICBM 추가 도발 가능성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1000㎞, 정점고도는 3000㎞ 미만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쏜 ICBM 화성-17형은 정점고도가 6000㎞에 달했는데, 이보다 낮다. 군은 궤적 등을 토대로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포함한 신무기를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까지 분석한 내용으로는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엔진 시험 직후 “최단시간 내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고 밝혔고, 지난 2월8일 인민군 창건 제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한 만큼 고체연료 엔진 탑재 신형 중장거리미사일을 서둘러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NSC 상임위 개최 북한이 동해상에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왼쪽 두 번째)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북한이 사거리 1만㎞ 이상의 대출력 고체연료 ICBM을 신속하게 전력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수천㎞를 비행하는 IRBM·ICBM 고체연료 엔진을 만들려면 직경 2m 이상의 대출력·대용량 고체연료 제작, 장시간 분출되는 고온을 견디는 탄소복합제를 쓰는 노즐 및 고성능 고체연료 첨가제 개발이 필수다. 현재 북한이 제작한 고체연료 엔진은 직경 1.5m의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다. 북한은 지난해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및 첨가제와 엔진 제작 기술은 중국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한다. 화성-17형과 맞먹는 고체연료 ICBM을 단기간 내 개발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전력화를 위한 최종 모델의 ICBM 개발에 필요한 중간 단계 성격으로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고체연료 ICBM이나 화성-12형 IRBM을 대체할 고체연료 IRBM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종의 절충안으로서,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정점고도가 화성-17형보다 낮은 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 같은 분석이 현실로 드러나면, 북한은 고체연료 ICBM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반도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군사적 추가 도발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사일 발사까지 계속 이뤄진다면, 남북 간 대치는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북한이 김일성 생일을 일컫는 태양절 111주년을 이틀 앞두고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3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태양절 띄우기 주력하는 북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 발사를 즉각 보도하지는 않았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태양절(4·15 김일성 생일)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했다. 태양절은 북한 최대 명절로, 올해 제111주년을 맞는다. 노동신문은 시리아, 라오스 등 수교국으로부터 받은 태양절 축전 소식, 태양절 기념 국가표창수여식 등 행사 소식을 전했다. 13일은 11년 전 김정은 총비서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기도 하지만 별도 언급은 없었다.

북한 매체는 전날 유엔 ‘국제 인간 우주비행의 날’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적극화되고 있는 우주개발사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우주는 어느 한 나라의 특정한 독점물, 소유물이 아닌 전 인류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정찰위성 발사의 정당성, 합법성을 강조하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됐다.

한편 외교부는 1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이날 유선협의를 하고 북한의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통화를 하고 대북 공조와 관련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

구현모·박수찬·이지안·홍주형·김예진 기자, 도쿄·워싱턴=강구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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