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개미’ 한번 불 붙으면 외국인·기관 속수무책”... 쏠림 막을 방법은
”투자 판단 책임은 본인… 제도적인 대응 어려워”
에코프로그룹주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큰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에코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한 에코프로그룹주는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상승했다. 보통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움직이는 주체는 자금 동원력이 큰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이지만, 이번 사례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한 방향으로 응집하는 경우 주가가 껑충 뛰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2020년 3월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하락했을 때 외국인과 기관이 파는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개인 매수가 증시 반등의 동력이 됐던 경우가 대표적이고, 2년 전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간 9만원을 넘은 경우와 과거 셀트리온 주주행동주의가 일어난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급히 먹은 음식이 체하듯, 단기간 폭등한 주가는 조정도 가파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계점을 넘은 주가가 하락할 때 낙폭이 크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서 주식을 산 투자자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에코프로그룹주를 비롯해 단기간 급등한 2차전지주에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2일~4월13일)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2조원이 넘는다. 에코프로의 경우 개인의 순매수 금액이 1조2900억원을 넘었고,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각각 7638억원, 745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에코프로 주가는 451%, 에코프로비엠은 187% 올랐다.
주가가 과열됐다는 판단에 따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들이 나가떨어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고 주식을 빌려 팔았는데, 주가가 계속 오르자 비싼 값에 주식을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경우(숏 커버링)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결국 주가를 더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고 개인 투자자들은 더 강하게 결집했다.
개인 투자 열풍이 개별 종목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다. 코로나 사태 직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대거 매수했다. 지난 2010년 10월, 5만~6만원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이듬해 1월 12일, 9만원을 넘었다. 이 기간 개인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금액은 6조원에 달했다. 기관이 4조원, 외국인이 2조원 순매도한 물량을 개인이 받아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360조원에서 540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과거 공매도 세력의 주요 타깃이던 셀트리온이 2017년 이후 급등세를 보인 것도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인 소액주주들이 똘똘 뭉친 덕분이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의 힘으로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경우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실적이나 업황 개선을 기반으로 완만하게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외국인,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만, 단기간 과열된 종목의 경우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이들은 뒤늦게 투자에 나선 개인이 대부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경우 고점에서 물량을 받아주는 이들도 결국 개인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폭탄 돌리기’ 형국이 돼 버린다”며 “그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는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결국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증권 전문가들이 단기간 급등한 주식에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투자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결과는 온전히 본인 책임이라는 주식 투자의 특성상 제도적으로 이런 쏠림을 막을 방법은 뾰족하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에코프로의 사례처럼 주가가 오르니까 더 오른다는 기대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지만, 이런 투자는 위험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시장 개별 거래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거나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투자 경고 정도는 할 수는 있지만 거래를 규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우선주나 정치 테마주의 사례처럼 이유 없이 오르는 종목은 투기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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