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불도 다시 보자, 재판 받기 전에[로앤톡]

최근 대기가 건조하면서 불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불은 아무리 주의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불이 나고 불이 난 경위와 원인에 따라 누군가는 처벌되고 있다. 일부러 불을 질러도, 실수로 불이 나도, 불이 나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해도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화재 발생이라 했을 때 가장 먼저 상상되는 것은 건물에 나는 불이다. 집이나 기차 등에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곳에 일부로 불을 놓았으면 현주건조물 등 방화죄로, 그래서 사람이 상해나 사망에 이르면 현주건조물 방화 치사상죄로 처벌한다. 사람이 없다면 공영건조물 등 방화, 일반건조물 등 방화로 처벌될 수 있다. 물건을 태워도 일반 물건 방화로 처벌되니, 일단 어딘가에 일부러 불을 놓는 일은 모두 처벌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그도 그러할 것이 불길잡는 것도 어렵거니와, 사람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모두 앗아갈 수 있는 불이기에 불은 늘 조심히 다뤄야 하고 그에 맞게 처벌규정도 엄정하다. 실제로 불과 관련한 사건에서 실형을 피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로 형량도 매우 세다.

그렇다면, 실수로 불을 내어 물건을 태우면 어떻게 될까? 사실 형법에서는 고의가 없다면 처벌이 되지 않지만, 몇몇 과실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도록 하는데, 이 불과 관련된 일이 그러하다. 실화죄는 타인의 현주건조물 또는 공영건조물에 대해 실수로 불을 내어 태운 자를 처벌한다. 과실로 자기 소유의 일반건조물이나 일반 물건을 태워 공공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도 처벌한다. 불에 관하여서는 실수도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반 생활에서의 실수가 아닌 업무상 실화의 경우에는 일반 실화보다 훨씬 강하게 처벌된다. 업무자의 경우에는 불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 특별히 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기나 불을 다루는 사람만이 해당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름을 넣는 일반 소비자들도 업무자에 해당할 수 있다. 판례는 “업무상 실화죄에 있어서의 업무에는 그 직무상 화재의 원인이 된 화기를 직접 취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화재의 발견 방지 등의 의무가 지워진 경우를 포함한다”고 하여 업무자의 범위를 넓게 해석한다.

직접 불은 내지 않았더라도 보일러, 고압가스 기타 폭발성 있는 물건을 파열시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시킨 자는 폭발성물건파열에 해당하여 처벌받는다. 형법은 보일러, 고압가스 등의 예시를 들어 잘 못 만지면 불이 날 수 있는 물건에 대해 주의를 시키고 있다.

불과 관련한 죄는 예전부터 강하게 처벌해왔다. 우리 어릴 때부터 배우던 것이 불조심이고,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공익광고에서도 화재 예방을 얼마나 말하는지. 이렇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를 위반하였을 시, 그 형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재판 때문이 아니라 형사적 책임과 함께, 민사적 손해배상책임까지 생각하면, 불은 늘 조심해야 한다. 자나깨나 불조심.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