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접한 마약, 25년 못끊어…폭력·노숙·극단 선택까지”[인터뷰]
황병서 2023. 4. 14. 06:00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
“정신병원 입원해도 못 끊어…가족도 포기”
교도소 들락, 당뇨병까지…몸부림 끝에 단약 성공
“담배처럼, 마약 위해성도 가르쳐야”
박영덕 센터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갖고 그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들려줬다. 그는 “중학교 때 집 나와서 마약을 접했는데, 약을 하다보니 사람 역할을 못하게 되더라”며 “돈을 구하려 남을 속이고, 수배가 내려지고, 도망을 다니고,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도 못했고, 군대도 못 갔다”고 했다. 이어 “처음엔 ‘살고 싶은대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가 않더라”며 “내 탓도 하지만 가정 탓, 남 탓, 사회 탓, 나라 탓을 하게 됐다”고 했다.
망가진 몸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 건 30살 즈음이었다. 그는 “가족 입장에선 정신병원 입원이 최선이었는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약을 끊을 수가 없었다”며 “당뇨병은 심해지고 집에서 포기한 상태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홀로 남아서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두 달 정도 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꼼짝없이 바닥에 누워있던 내게 다른 노숙인이 급식 식판을 건네던 손을 잊을 수 없다, 안 먹겠다고 내팽개쳤지만 다음날 또 밥을 내밀어줬다”고 돌이켰다.
39살, 마약을 끊으려 중독재활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마약을 않겠다고 결심해도 노력과 의지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마약을 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 온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나를 살려준 의사를 원망하고 또 나가서 먀약을 했다. 그렇게 5년 동안 몸부림쳤다”고 했다.
청춘 지고, 병 얻은 뒤에야 단약 “예방·치료 필요”
마침내 그는 단약에 성공했다.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등 재활센터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이뤄냈다. 그는 “매일 씻고 닦다 보니 신체를 떠나 제 마음도 닦이고 선해지는 것 같았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하는 게 단약의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청춘은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마약을 접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될 때, 그의 마음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나이 어린 층을 상담하다보면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하지 말아라’하면 잔소리처럼 여기고, 경각심보단 ‘한번쯤 우리끼리 어때’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처절하게 느낀 당사자이자, 중독재활센터장으로서 그가 강조하는 건 예방교육과 치료 강화다. 박 센터장은 “유치원에서도 ‘담배냄새 싫어요’를 가르치는데, 왜 마약의 위험성은 가르치지 않을까”라며 “경각심을 줄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보통사람들은 마약이 병이란 걸 모르고 범죄 취급하지만, 마약 중독은 평생 짊어지고 가는 병”이라며 “(마약사범을) 검거한다고만 하면 오히려 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 ‘언제든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야 하고, 치료와 회복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의지’를 벼려야 한단 점도 당부했다. 박 센터장은 “전과 10범 넘는 사람도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학원에 가서 자격증 따고 재활하니 10년 뒤 식당 차렸다고 연락오더라, 결혼 청첩장을 보내기도 했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기 문제를 냉정히 바라보면서 의지를 다지고 주위 도움을 받으면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정신병원 입원해도 못 끊어…가족도 포기”
교도소 들락, 당뇨병까지…몸부림 끝에 단약 성공
“담배처럼, 마약 위해성도 가르쳐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중학교 시절의 가출, 뒤이은 탈선 속에 접한 마약은 그의 청춘을 옥죄고 비틀었다.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25년 동안 그는 마약을 구할 돈을 마련하려 폭력을 저지르고,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병을 얻은 몸으로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자살을 두 번이나 시도했다.
나락까지 떨어진 삶. 단단히 마음먹고도 5년을 몸부림 친 끝에야 마약을 ‘끊었다’. 이후 20년 넘게 마약 중독자의 재활을 돕고 있다. 박영덕(59)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의 인생 얘기다.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는 10대 마약사범들에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기도 하다.
“정신병원 입원해도 약 못 끊어…극단 선택까지”
박영덕 센터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갖고 그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들려줬다. 그는 “중학교 때 집 나와서 마약을 접했는데, 약을 하다보니 사람 역할을 못하게 되더라”며 “돈을 구하려 남을 속이고, 수배가 내려지고, 도망을 다니고, 교도소에서 만난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정상적인 직업을 갖지도 못했고, 군대도 못 갔다”고 했다. 이어 “처음엔 ‘살고 싶은대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끊으려고 해도 끊어지지가 않더라”며 “내 탓도 하지만 가정 탓, 남 탓, 사회 탓, 나라 탓을 하게 됐다”고 했다.
망가진 몸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간 건 30살 즈음이었다. 그는 “가족 입장에선 정신병원 입원이 최선이었는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도 약을 끊을 수가 없었다”며 “당뇨병은 심해지고 집에서 포기한 상태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홀로 남아서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두 달 정도 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꼼짝없이 바닥에 누워있던 내게 다른 노숙인이 급식 식판을 건네던 손을 잊을 수 없다, 안 먹겠다고 내팽개쳤지만 다음날 또 밥을 내밀어줬다”고 돌이켰다.
39살, 마약을 끊으려 중독재활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마약을 않겠다고 결심해도 노력과 의지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마약을 하면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 우울증이 온다, 자살을 선택하게 되고 나를 살려준 의사를 원망하고 또 나가서 먀약을 했다. 그렇게 5년 동안 몸부림쳤다”고 했다.
청춘 지고, 병 얻은 뒤에야 단약 “예방·치료 필요”
마침내 그는 단약에 성공했다. 밥을 해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등 재활센터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이뤄냈다. 그는 “매일 씻고 닦다 보니 신체를 떠나 제 마음도 닦이고 선해지는 것 같았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하는 게 단약의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청춘은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일하면서 마약을 접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될 때, 그의 마음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센터장은 “나이 어린 층을 상담하다보면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하지 말아라’하면 잔소리처럼 여기고, 경각심보단 ‘한번쯤 우리끼리 어때’ 이런 위험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처절하게 느낀 당사자이자, 중독재활센터장으로서 그가 강조하는 건 예방교육과 치료 강화다. 박 센터장은 “유치원에서도 ‘담배냄새 싫어요’를 가르치는데, 왜 마약의 위험성은 가르치지 않을까”라며 “경각심을 줄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보통사람들은 마약이 병이란 걸 모르고 범죄 취급하지만, 마약 중독은 평생 짊어지고 가는 병”이라며 “(마약사범을) 검거한다고만 하면 오히려 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다’, ‘언제든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알려야 하고, 치료와 회복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의지’를 벼려야 한단 점도 당부했다. 박 센터장은 “전과 10범 넘는 사람도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학원에 가서 자격증 따고 재활하니 10년 뒤 식당 차렸다고 연락오더라, 결혼 청첩장을 보내기도 했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기 문제를 냉정히 바라보면서 의지를 다지고 주위 도움을 받으면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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