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질과 발길질까지'...'150억 포수'의 장난기 넘치는 복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형 저한테 왜 그래요. 전 지영이 형이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키움 최원태가 누군가를 보더니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이지영은 그저 웃기만 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덩치 큰 선수는 점프를 하며 발차기 하는 시늉을 했고 주먹으로 배를 밀며 장난쳤다. 최원태를 이렇게 당황시키며 도망가게 한 선수는 누구였을까. 바로 두산 양의지였다.
중국발 황사 영향으로 미세먼지로 자욱했던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 도착한 양 팀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최소한의 훈련만 소화하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전날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될 만큼 이날 잠실 날씨는 좋지 않았다.
홈 팀 두산 선수들의 훈련이 끝날 무렵 키움 이지영이 제일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두산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양의지와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때 3루 더그아웃에서 큰 목소리로 인사하며 다가오는 선수가 있었다. 최원태였다. 최원태는 지난 11일 선발투수로 나와 두산을 상대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이어가다 막판 실점하며 시즌 2승 달성에 실패했다.
11일 경기는 7회말에 터진 양의지의 결승 적시타로 두산이 6-4로 승리했다. 양의지는 결승타를 친 주인공인데 승리를 챙기지 못한 최원태를 보자마자 공격했다.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상황은 이랬다. 이날 양의지는 최원태와의 승부에서는 3타석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지만 4회에는 삼구삼진을 당했다. 당시 양의지는 헛스윙 삼구삼진을 당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5회에는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하며 고개를 떨궜다.
두산으로 돌아온 뒤 홈 팬들의 절대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양의지는 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삼구삼진을 당했고 두산 응원석은 조용해졌다. 양의지는 그때 일을 이야기하며 친한 후배 최원태에게 장난을 친 것이다. 이유를 알고 있던 이지영도 옆에서 조용히 웃으며 두 선수의 장난을 지켜봤다.
조금 거칠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친한 사이이기 때문에 이렇게 장난을 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양의지는 올 시즌 두산으로 복귀해 전 경기 출전하며 타율 0.355 11안타 5타점 장타율 0.419 OPS 0.818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마운드를 안정시키는 투수 리드로 젊은 투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양의지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두산은 시즌 초 6승 4패로 순항중이다.
[키움 최원태에게 복수를 시도한 두산 양의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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