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 후 총력전 예고한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 'PO 매직' 부활할까[스한 이슈人]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51) 감독이 이끄는 고양 캐롯이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PO에 잔뼈가 굵은 여우는 또다시 꼬리를 살랑거리며 마법을 부리려고 한다.
캐롯은 13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PO(5전 3선승제) 1차전 안양 KGC와의 원정경기에서 43-99, 56점 차 대패를 당했다. KBL PO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였다.
4강 PO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경우는 총 50회 중 39회로 78%라는 높은 확률을 자랑하기에 KGC는 이날 승리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KGC는 오마리 스펠맨이 22득점 5리바운드로 에이스 역할을 했고, 박지훈이 15득점 7리바운드로 뒤를 받쳤다. 캐롯은 전성현이 11득점으로 분전했지만 대패를 막지 못했다.
캐롯은 파란만장한 여정을 거치며 4강 PO까지 올라왔다. 정규리그 5위를 차지한 캐롯은 지난달 30일 KBL 가입금 성격의 특별 회비 10억원을 결국 다 내면서 PO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만약 가입급을 완납하지 못하면 7위팀인 원주 DB가 6위 자격으로 PO에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캐롯이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달 31일 전에 가입금을 모두 내면서 창단 첫 PO에 나가게 됐다. 그리고 6강 PO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상위 팀인 4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3승2패로 꺾고 4강 PO 무대를 밟은 캐롯이다.
하지만 혈투는 곧 체력적인 어려움을 낳았다. 캐롯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강력했던 KGC의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공격 리바운드를 계속해서 허용하면서 큰 폭의 리드를 내줬다. 급격한 체력 저하가 찾아오자 팀의 장기인 3점슛도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전반에만 25-52로 27점을 뒤졌던 캐롯은 43-99의 56점 차로 KBL PO 역사상 최다점수 차 패배, KBL PO 역사상 한 경기 최소 득점의 불명예를 동시에 안았다.
그러나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난 캐롯 김승기 감독의 눈은 패배의 충격이 아닌 승리를 향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했다. 이날 끝까지 따라간다면 다음 경기에서의 희망은 없다고 봐서 힘을 뺐다. 2차전은 총력전으로 나설 것이다. 전성현 역시 2차전 선발로 나선다"며 대패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줬다.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김승기 감독의 커리어에 있다. 우선 감독으로서 PO 통산 34승18패(65.4%)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PO가 진행되지 않은 2019~2020시즌을 제외하고 감독으로 7시즌 중 6시즌을 PO 진출에 성공했으며 모두 4강 PO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다. KGC 감독 시절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2번(2016~2017, 2020~2021) 있었다. 그야말로 '봄농구 DNA'를 갖춘 지도자인 것.
지난 시즌 4강 PO에서도 '승기 매직'을 목격할 수 있었다. KGC를 이끌고 4강 PO에 임했던 김승기 감독은 수원 kt에 1차전 패배를 당하면서 당시 79.2%였던 챔프전 진출 확률을 내줬다. 하지만 KGC는 숫자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경기력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3경기를 내리 따내며 시리즈를 뒤집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 시즌 기준 4강 PO에서 1차전 패배 후 3연승으로 챔프전에 진출한 사례(5전 3선승 기준)는 총 47회 중 5회에 불과했다. 김승기 감독의 KGC가 10.6%라는 낮은 확률을 뚫어낸 것이다.
4강 PO 1패 뒤 3연승의 사례를 만들었던 김승기 감독은 또다시 같은 기적에 도전하고자 한다. 물론 이번엔 달팽이관 손상으로 인한 '에이스' 전성현의 컨디션 난조,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상대 KGC, KBL 역사에 남을 1차전 대패 등 상황이 더욱 어렵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날은 감을 찾고 2차전을 준비하자고 했다. 다음 경기는 이처럼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과연 '코트 위의 여우' 김승기 감독은 다시 한번 기가 막힌 꾀를 부려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15일 4강 PO 2차전에서 여우가 내는 승리의 하울링을 들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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