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베이비스텝' 인상 가닥…애먼 '공기업 쥐어짜기' 반발도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4. 14.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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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분기 전기‧가스요금, 소폭 인상에 무게…이르면 다음주 발표
'32조 적자' 한전‧'8조 미수금' 가스公…인건비 절감 등 자구책 압박
한전채 발행마저 난항…'빅 스텝' 정책적 결단 필요 지적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도시가스 및 전기 계량기 모습. 황진환 기자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이른바 '베이비 스텝', 소폭 인상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정부가 연일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에 인건비 절감 및 자산 매각 등을 주문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적자 해소를 위한 '빅 스텝' 요금 인상이란 본질 대책은 외면한 채 애먼 공기업만 쥐어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베이비 스텝' 무게 실리는 전기요금 인상안…한 자릿수 인상 나오나


13일 정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주 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한다. 글로벌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 사태로 인한 한전과 가스공사의 막대한 적자를 고려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빅 스텝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에너지 업계의 진단과 별개로 정부와 여당 측은 소폭 인상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공공요금 인상의 주요 촉매제로 작용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당 입장에선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인상 폭을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실제로 당초 2분기(4~6월)에 적용돼야 할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당‧정협의에서 발표가 불발된 이후 지난 6일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출장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늦어도 이번 달에는 일단 2분기 요금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두 자릿수 이상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인상 폭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을 인상했다. 다만 2분기 이후는 요금인상 폭은 국제 에너지 가격과 물가 등 국내 경제 및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한다고만 했다.

인건비 절감 등 압박 수위 높이는 與…분노 여론 돌리기?


연합뉴스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약 32조원, 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미수금은 약 8조원에 달하는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존립 여부가 도마에 오를 정도로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여당은 오히려 해당 공기업들에 자구책 등을 주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당‧정협의에서도 박 의장은 "한전,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이 뼈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국민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구조조정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1일 박일준 2차관 주재 하에 에너지공기업 경영혁신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약 28조원 상당 한전·가스공사의 자구계획의 실효성 점검 일환으로 비상경영체계 정비와 인건비 등 비용절감, 불필요한 자산매각 및 출자조정 등 혁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올해 임직원 급여인상분과 성과급 반납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한전은 1직급 이상 고위직 300여명의 성과급 50%를 반납했다. 올해처럼 경영이 악화됐던 2008년과 2013년쯤에도 성과급을 반납한 바 있다.

문제는 임직원의 성과급 반납 등으로 약 30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력시장 독점 기업인 한전의 전기요금과 임직원 급여 체계 등에 대한 결정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 위기 상황을 초래한 근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전의 인건비 등 운영비용이 연간 2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기업 자구책만으론 32조원에 달하는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전 직원들의 성과급을 반납한다고 하지만 정작 노조에 가입된 일반 직원들의 급여는 손을 못 대고 고위 간부들 몇몇 대상이라 액수가 크지 않다"며 "정치권이 실효성도 없는 방식을 내놓을 게 아니라 큰 폭으로 요금을 인상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 소속 한 직원은 통화에서 "30조에 달하는 적자가 인건비 절감으로 해결이 되겠냐"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매번 정치권이 공기업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전채 추가 발행…채권 시장에 잠재적 폭탄 우려


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가 소폭의 요금인상을 단행할 경우, 적자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딱히 찾기 힘든 상황이다. 고금리 기류 속에서 우량주로 꼽히는 한전채 발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한전은 약 9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문제는 우량채권인 한전채의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국내 기업들은 돈줄이 막히는 등 또 다른 영역에서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빅 스텝' 요금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 전쟁, 앞으로 3년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가격 신호를 주지 않은 채로 여름이 되면 7월쯤엔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된다"며 '빅 스텝' 요금인상을 주장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논란과 별개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한전 같은 공기업은 경쟁 체제에 놓여 있지 않기 때문에 요금인상과 함께 어느 정도 자구 노력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단순히 전기요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송배전 정비와 함께 장기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향후 국가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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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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