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미사일’ 사전탐지 어려워…한국형 ‘킬체인’ 흔들

권혁철 2023. 4. 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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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미사일 발사]북한 첫 고체연료 ICBM 쏜듯
고각 발사돼 1천㎞ 날아 동해로
액체 연료와는 다른 화염 포착
북한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고체연료 사용 여부다. 고체연료는 미사일 발사의 신속성과 은밀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했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선제 포착해 사전 타격하는 한국형 킬체인 작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때 화염이 주변으로 퍼진다. 반면 액체연료 미사일은 촛불 같은 형태로 화염이 모인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순간 추력도 강해 상승 속도가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빠르다. 한·미는 다양한 정찰수단을 통해 이런 차이를 식별해 북한이 고체연료를 미사일에 장착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서 언급한 5대 과업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 명중률 제고 △수중·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을 5대 과업으로 꼽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고체연료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월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신형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2월 열병식때 공개 미사일 추정
‘3축 방어’ 중 선제타격 어려워져
‘군사정찰위성’ 시험 가능성도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에 견줘 발사 준비시간이 짧고 이동이 용이하다. 액체연료는 주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고체연료는 이 과정이 필요없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북한 핵·미사일 공격 시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이뤄지는데 고체연료 미사일은 첫 단계인 킬 체인 가동을 무력화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 2월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를 공개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군 당국은 아울러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정찰위성 시험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이날 북한 미사일은 비행 중 하단 추진체 부분과 상단부가 분리되는 단 분리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

고각발사된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3천㎞ 미만으로 알려졌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할 경우 고각 발사 때보다 2~3배 더 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거리는 5~6천㎞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중거리미사일(IRBM·3000~5500㎞)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5500㎞ 이상) 사이에 걸쳐 있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로 불렀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탄도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 한반도 정세는 한층 더 긴장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다가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울러 북한은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111주년과 4월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앞두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노동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쟁 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 확인 →전략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추가 전개→북한의 무력시위로 이어지는 강대강 무한 악순환이 4월 내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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