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가축방역 전문가 육성 시급하다

가축방역 현장을 살피다보면 “가축방역위생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방역이란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이며, 위생은 청결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의미한다. 가축방역위생 전문가란 인적·물적 여러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그 운영을 지도·확인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가축방역위생관리는 현장에서 사람과 장비를 잘 활용해서 가축 관련 방역위생시설을 잘 관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가전법)’은 의무사항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은 축사와 그 주변을 청결히 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일부 농가들은 시설 대형화와 복잡성 등을 이유로 잘 지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방역관리책임자 제도를 도입했고, 대부분의 농가는 산업동물 수의사를 방역관리 책임자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방식은 진료와 진단 쪽에 치우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가축질병을 예방하려면 농장의 방역이나 위생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장비나 인력을 갖춘 주체가 필요하다. 과거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닭진드기 방제를 목적으로 생긴 전문업종인 가축방역위생관리업체들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전법에서 가축방역위생관리업은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소독하거나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방제하는 업을 말한다. 현재 산란계 5만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장은 의무적으로 1년에 1회 이상 방역위생관리업체의 관리를 받게 돼 있다. 이들 업체는 농장 청소, 소독, 병해충 방제, 모니터링, 사후 관리, 구서 등 전문업체로서 자격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260개가 운영되고 있다.

현장에서 방역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히 농장 자율에 맡기고 방역당국이 이를 사후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실제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법률적인 내용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나아가서 최근의 시범사업인 산란계 질병관리등급제 등 좋은 방법론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수시로 이를 확인하는 시스템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가 주도의 가축방역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와 함께 방역을 고민하고 현안을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 민간 전문가를 대대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들은 정부에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고 대학 산업체와 관련 기술을 개발해나가며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유종철 한국친환경축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