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너네만 없으면 난, 건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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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광대무변한 세계의 즐거움이 당신의 오감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 처음 만나는 인용문은 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마치 그 동물이 된 것처럼 느끼고 인식하게 만드니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초'음파라는 것도 인간이 들을 수 없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대부분의 포유류는 들을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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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은 가시광선·가청 영역
보잘것없는 인간의 존재 망각
온난화 넘어 감각의 교란 자행
생명 다양성의 감소까지 초래
복원 위해선 인위적 개입 줄여야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광대무변한 세계의 즐거움이 당신의 오감에 가로막혀 있다는 것을.”
책의 첫 장을 펼쳤을 때 처음 만나는 인용문은 책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 책의 앞머리에는 18~19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화집 ‘천국과 지옥의 결혼’ 중에 나오는 문장이 독자를 반기고 있다.
인용문 다음에는 사람을 포함해 9종의 동물이 한 어두운 공간에서 만나 다른 감각과 인식 방법으로 서로를 파악하는 가상의 상황이 등장한다. 시작부터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상상력과 글솜씨 덕분에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힌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가 마치 그 동물이 된 것처럼 느끼고 인식하게 만드니 중간에 책을 덮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듯 독자를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는 2016년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라는 책으로 어려운 미생물학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에드 용이다.
저자는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감각을 최신 연구 결과에 근거해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는 ‘동물의 왕국’처럼 신기한 동물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함이나 동물의 순위 정하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결코 얻지 못한 감각의 확장성을 갖고 태어나…우리의 형제도 아니고 부하도 아니다.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우리와 함께 걸려든 이국인들이다”라는 미국의 동물학자 헨리 베스턴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감지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르고 그 바깥쪽은 적외선, 자외선 영역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개미나 거미, 설치류 등의 동물들은 적외선과 자외선을 또 다른 색의 영역으로 인식한다. ‘초’음파라는 것도 인간이 들을 수 없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대부분의 포유류는 들을 수 있다고 책은 설명한다. 감각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오감’ 역시 인간의 기준일 뿐 지구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은 열, 표면 진동, 음파, 전기장, 자기장 등도 감각으로 구분한다. 지구라는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서 생명체들은 자기들만의 감각으로 마치 평행우주를 사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경험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인간이 지구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죄악을 지구 생태계에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동물의 감각 교란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생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빛 공해, 소음 공해, 플라스틱 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으로 동물들이 참을 수 있는 감각 한도를 넘어서게 만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확산 3년 동안 인간은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자연 생태계는 인간의 인위적 개입이 사라져 고요함을 찾으면서 회복 가능성이 커졌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생각해 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단순히 동물의 다양한 감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베스턴의 말처럼 인간과 다른 모습과 형태를 가진 수많은 동물도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함께 걸려든 동료일진대 똑같은 모습을 갖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왜 서로를 외계인 대하듯 배격하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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