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기 출하에 따른 돈육 품질의 심각성

관리자 2023. 4.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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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산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단계에 맞지 않는 사료를 급여하면서 '조기 출하'에만 급급해 품질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양돈 영양에서 이미 정설로 확립된 것이, 빠른 성장을 통한 조기 출하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돼지고기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양돈농가들도 출하돈의 도체 등급이 저하되는 문제점은 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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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산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을 보냈다. 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매년 가축전염병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사료비가 폭등해 축산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다.

어려운 국내외 여건 속에서 부침을 겪는 것이 우리 축산업계 현황인데, 지난 3월3일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국내 양돈업계는 매년 3월3일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해 소비홍보 행사를 크게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번 삼겹살데이에 판매된 국내산 삼겹살 가운데 일부 상품은 품질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떡지방’이라 부르는 삼겹살의 과지방이다. 과지방 문제는 자칫 국내산 돼지고기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어 그 심각성이 크다. 삼겹살에서 과지방이 발생하는 이유는 종축·사료·환경 등에 원인이 있다. 하지만 종돈에 따른 문제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성장단계에 맞지 않는 사료를 급여하면서 ‘조기 출하’에만 급급해 품질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일부 양돈장들은 사료를 급여할 때 단기 비육을 염두에 두고 육성돈 사료를 출하 직전까지 먹이기도 한다. 사료회사들은 같은 양의 사료를 판매해도 어린 돼지의 사료가 비육돈 사료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수익이 높으므로, 성장단계에 맞지 않는 사료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양돈장들은 사료회사의 조언을 듣고 사료를 선택했다 하고, 사료회사들은 양돈장의 요구에 따라 사료를 공급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세계 양돈 영양분야 연구자들은 성장단계에 맞는 사료를 돼지에 급여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성장단계별로 영양소 요구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단계에 맞춰 사료를 급여해야 품질이 개선되고 양돈장의 수익 또한 높아진다고 연구자들은 입을 모은다.

양돈 영양에서 이미 정설로 확립된 것이, 빠른 성장을 통한 조기 출하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돼지고기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축산업계를 선도한다는 우리나라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20∼30년 전의 전근대적이며 비과학적인 사료 급여 방법을 사용해 조기 출하에만 신경 쓰는 농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국내 양돈산업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돼지고기 소비에서 삼겹살의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겹살 품질을 등급 판정 때 주요 항목으로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서는 삼겹살과 목심을 제외하고 전지·후지·등심·안심 등을 대부분 비선호 부위로 인식한다.

지금의 돼지고기 품질 평가는 외국에서 시행하는 방법을 가져온 것이라 외국과 큰 차이가 없다. ▲등심의 상강도(마블링) ▲등지방 두께 ▲도체 중량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외국과 달리 등심·안심의 선호가 높지 않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의 선호에 맞춰 삼겹살 품질로 등급을 판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삼겹살데이에서 나타난 삼겹살 과지방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돈농가들도 출하돈의 도체 등급이 저하되는 문제점은 피할 것이다. 그러면 사료회사들도 농가에 조기 출하를 하도록 유도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정부와 한돈협회, 관련 업계, 학계는 국내에서 삼겹살 품질로 돼지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방안을 논의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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