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백화제방(百花齊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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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그야말로 백화만발(百花滿發)이다.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피고 진달래와 매화가 함께 봄을 알린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모든 봄꽃이 동시다발로 피고 있다.
백화다발(百花多發)·백화제방, 모든 꽃들이 함께 피는 아름다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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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발전의 시대로 기록
올 봄날 꽃이 순서없이 폈듯
그 당시 수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의 생각 거침없이 전파
세상 사람이 자기 꽃 피우길
올해 봄은 그야말로 백화만발(百花滿發)이다. 개나리와 벚꽃이 동시에 피고 진달래와 매화가 함께 봄을 알린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모든 봄꽃이 동시다발로 피고 있다. 개화 시기 순서는 옛말이 됐고, 질서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따뜻한 날씨는 순서를 파괴하고 상식을 무너트렸다.
어느 꽃이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다. 인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 일명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다.
수많은 전문가(百家)들이 자신의 주장(鳴)을 경쟁(競爭)하듯이 쏟아내던 시절이다. 진리와 상식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었고, 원칙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었다. 옳고 그른 것은 단지 다른 주장일 뿐이고, 선과 악은 대립이 아닌 경쟁 관계이던 시대다.
그 당시 사람들은 혼란의 시대라고 했지만 역사는 발전의 시대라고 기록한다.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실에 당황했지만 결과는 지축이 흔들리는 변혁의 시대였다. 봄날에 꽃들이 순서 없이 자신의 자태를 뽐내며 피워내듯이, 당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아무런 장애 없이 말하고 전파했다. 실천해 좋은 성과를 내면 옳은 주장이었고, 결과가 나쁘면 잘못된 주장이 됐다.
바야흐로 모든 꽃이 아무런 규칙 없이 동시에 폈던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대였다. 이 시대를 춘추전국시대라고 하고, 백가의 꽃이 만발한 시기라고 부른다.
공자가 피운 꽃은 정명(正名)의 꽃이었다.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임금은 임금다워야 한다. 자신의 이름(名)에 맞게(正) 구동되는 세상이 공자가 꿈꾸던 대동(大同)의 세계였다. 대동의 꽃이 피었을 때 비로소 세상은 바로 서고, 난세(亂世)는 치세(治世)로 변한다는 주장이었다.
부모와 자식, 형제와 친구, 통치자와 백성, 사회 구성원이 존중과 배려로 서로 바르게 소통하는 세상이 공자가 피운 꽃이었다.
노자가 피운 꽃은 무위(無爲)의 꽃이었다. 강요보다는 자율, 가르침보다는 깨달음, 인위보다는 자연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주장이었다. 물처럼 나를 낮추고, 드러나지 않는 덕(德)을 행하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도(道)를 따르는 것이 가장 합당한 인간의 삶으로 여겼다.
묵자가 피운 꽃은 겸애(兼愛)의 꽃이었다. 개인의 이기심을 버리고 자애(自愛)가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돼 겸애가 됐을 때 세상은 비로소 평화로워진다고 믿었다. 나를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하고, 나의 집단을 아끼듯이 다른 집단을 아껴야 한다. 전쟁을 자제하고 검소함으로 살아야 한다. 묵자가 피운 꽃은 인류에 대한 사랑의 꽃이었다.
상앙(商<9785>)과 이사(李斯) 같은 법가는 형법(刑法)의 꽃이었다. 국가는 법과 질서로 유지돼야 하며, 귀족과 평민 모두 법 앞에선 평등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이 혼란한 이유는 귀족의 편의에 따른 통치방식인 예(禮)의 자의성에 있다고 보고, 신상필벌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세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법가가 피운 꽃은 법에 의한 평등의 꽃이었다.
봄날, 모든 꽃이 제각기 자태를 뽐내며 만발한다. 꽃이 피는데 어찌 순서가 있고, 질서가 있어야 하는가? 세상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꽃을 피우고, 자신의 향기를 발했을 때 세상은 비로소 다양성과 나다움이 인정될 것이다.
백화다발(百花多發)·백화제방, 모든 꽃들이 함께 피는 아름다운 봄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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