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덩어리가 날아다녔다”…잿더미로 변한 건물들 전쟁터 방불

김윤호 2023. 4.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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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불덩어리가 여기저기 벙벙 떠댕겨. 태풍이 온 것처럼 바람도 어찌나 거세게 몰아치던지, 한평생 이런 불은 처음 봤네.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려."

12일 오전 7시, 산불 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 난곡동 어귀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앞을 막아섰다.

산불이 발생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 남성현 산림청장과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용욱 강원농협본부장, 최장길 강릉농협 조합장 등은 즉각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산불 진화인력과 관계자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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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산불피해 현장 가보니
산림 170㏊ 전소…사망자도
이재민 500여명 대피소 생활
농협 조합원 100여가구 피해
강원 강릉시 저동의 산불 피해 현장. 건물 잔해 뒤편으로 불타버린 야산이 보인다.

“큰 불덩어리가 여기저기 벙벙 떠댕겨. 태풍이 온 것처럼 바람도 어찌나 거세게 몰아치던지, 한평생 이런 불은 처음 봤네.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거려.”

12일 오전 7시, 산불 피해를 본 강원 강릉시 난곡동 어귀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앞을 막아섰다. 숨 쉬기 힘들었고 목이 따가울 만큼 연이어 재채기가 나왔다.

11일 오후 가까스로 큰불 진화를 마친 마을 곳곳에선 아직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산불 현장으로 향하는 진입로엔 뒷불 감시차 오가는 소방차와 진화인력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게 그을린 주택과 펜션 근처로 다가가니 매캐한 탄내가 코끝을 찔렀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 폭삭 무너진 건물 사이로 용케 살아남은 개 한마리가 짖어댔다.

난곡동 산 24-4 일대에서 시작된 이번 산불은 순간 풍속이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인근 경포동은 물론 사천면 산대월리·순포리 일대까지 번지며 산림 약 170㏊(산불 영향 구역 379㏊)를 모조리 태웠다. 그러다보니 마을과 인접한 어느 곳을 가봐도 산이란 산은 전부 불에 타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산림뿐 아니라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도 피해를 봤다.

고추 등 밭농사를 짓는 전진하씨(69·저동)는 “거센 바람을 타고 불똥이 삽시간에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날아다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며 “가재도구 하나 제대로 못 건진 채 입은 옷 그대로 대피하는데 두 다리가 연신 후들거렸다”며 산불 당시를 설명했다.

인근에서 만난 전인집 경포동 13통장(58)은 “갑작스러운 산불로 트랙터와 건조기, 비닐하우스 2동을 모두 잃어 올 농사는 어떻게 시작하나 황망하다”고 하소연했다.

화마로 서핑숍과 식당·게스트하우스 전체를 잃은 이정화씨(42·안현동)도 “올여름 성수기에 맞춰 건물 새 단장을 마치고 개장만 앞두고 있었는데 모든 게 한순간에 잿더미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찾아간 포남동 아이스아레나. 임시 대피소로 사용 중인 이곳은 대민 지원 관계자들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을 위협하던 불은 다행히 꺼졌지만 대피소에 모인 500여명의 이재민은 가구당 9.9㎡(3평)도 안돼 보이는 비좁은 텐트 속에서 고단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재민 임호정씨(61·운정동)는 “살던 집을 하루아침에 통째로 잃어 너무 흥분한 나머지 간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우리 지역에 대한 보상 절차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산불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강릉경찰서는 11일 오후 안현동 한 주택에서 전서집씨(88)의 시신을 발견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해당 주택은 산불로 전소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강풍으로 부러진 소나무가 전신주를 건드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산불이 발생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 남성현 산림청장과 김진태 강원도지사, 김용욱 강원농협본부장, 최장길 강릉농협 조합장 등은 즉각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산불 진화인력과 관계자를 격려했다. 정부도 12일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피해 조사를 거쳐 복구에 필요한 국비 지원 규모를 산정, 신속히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피해 주민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은 “조합원 100가구 이상이 산불 피해를 봤다”며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재해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된 이들이 조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 차원에서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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