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때 ‘바이오 나프타’ 계획… 한국면적의 87배 콩밭 필요

박상현 기자 2023. 4.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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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 “불가능” 밝혀도 감축 목표치에 포함시켜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한 우리나라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량(NDC) 가운데 가장 큰 몫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나프타(화학제품 원료)’를 ‘바이오 나프타’로 대체해 줄이겠다는 1180만t이었다. 바이오 나프타란 석유 대신 콩 같은 농작물을 이용해 만든 나프타를 뜻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산업 구조상 석유화학 분야는 탄소 감축이 어려운데도 문 정부는 온실가스를 2018년 4690만t에서 2030년 3740만t으로 ‘950만t’을 줄이겠다고 했다. 바이오 나프타가 1180만t을 책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계획대로면 연 2360만t의 바이오 나프타가 필요했다. “기술적으로 1t의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2t의 나프타가 필요해 나온 수치”라는 것이 산업부 설명이다.

그런데 산업부가 계산해 보니, 이 정도 양을 생산하려면 최대 남한 면적의 87배에 해당하는 콩 경작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캐슈넛(Cashew Nut·피마자 콩)에서 오일을 추출한다고 가정하고 캐슈넛 양을 추산한 결과, 3.3억~13.1억t이 필요했다. 이 정도를 생산하려면 경작지 규모는 남한 면적의 22~87배에 이르러야 한다. 이렇게 많은 양이 필요한 이유는 바이오 나프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수율(收率)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캐슈넛으로 HVO(재생연료)를 만들고, HVO로 바이오 나프타를 만들어야 해 현재 기술로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이 정도 양의 콩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산업부 측은 결론 냈다. 애초 황당한 수치였다는 것이다. 당시 산업부 측은 “원료 수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윗선’에 전달했지만 목표치가 정해져 내려오는 바람에 숫자를 끼워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부가 계산한 바이오 나프타 대체는 50만t 정도라고 한다. 문 정부가 발표한 1180만t과는 23배 차이가 난다. 이번에 산업부는 “바이오 나프타를 이용한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이번 기본 계획에선 해당 용량만큼을 삭제했다. 이런 식으로 부풀려진 감축 목표는 문 정부가 산업 부문에서 줄이겠다고 발표한 3790만t 중 44%인 1680만t에 달했다. 문 정부는 2021년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억6050만t에서 2030년까지 2억2260만t으로 14.5%(3790만t) 줄인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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