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소감축 떠안은 尹정부, 결국은 원전이 성패 가를 것”

박상현 기자 2023. 4.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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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委 김상협 위원장 인터뷰
양복·안경부터 머리까지… 녹색사랑 -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탄소 중립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다면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터무니없는 수치를 약속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소 중립’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녹색 양복·넥타이 차림에 녹색 안경테를 쓰고 있었다. 머리도 녹색으로 염색한 상태였다. /이태경 기자

“문재인 정부의 온실가스 정책을 들여다보면 ‘40% 감축’으로 생색낸 거 외에는 성과를 찾기 힘들다. EU(유럽연합)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며 원전을 ‘녹색 에너지’로 규정할 때 우리는 거꾸로 탈(脫)원전에 시간을 허비했다.”

문 정부에서 출범한 ‘2050 탄소중립 위원회(탄중위)’는 2021년 국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줄인다고 발표했다. 실현이 어려운 수치였다. 윤석열 정부의 신임 탄중위원장은 이 난제를 떠안아야 했다. 고사 분위기였던 탄중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 성장’ 개념을 정착시킨 김상협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다.

김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40%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 때 감축 목표가 26.3%였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목표를 갑자기 40%로 올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 마지막인 2016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6억4680만t이었다. 그런데 문 정부가 끝나는 2021년 배출량은 6억4320만t이었다. 차이는 360만t으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문 정부 시절 코로나를 겪으면서 산업 활동 등이 위축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한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문 정부는 40%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해 놓고 임기 중 실제 줄인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상 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을 잘 이해했다면 ‘40% 감축’이란 약속을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생색은 전임 정부가 내고, 난제는 현 정부가 풀어야 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현 정부의 감축 계획을 보면 2029년에서 2030년으로 넘어갈 때 감축 목표가 1억t에 가깝다. 현 정부도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음으로 떠넘길 거면 떠안지도 않았다. 냉정하게 현실만 따졌다면 문 정부의 ‘온실가스 빚’은 떠안으면 안 됐다. 어렵지만 이번 정부가 끌어안으면서 최대한 대책을 마련해 보려는 것이다. UN 보고서를 보면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탈탄소 기술이 발전해 감축량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른 나라도 2030년이 가까워질수록 더 많이 감축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203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김상협 위원장이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이태경기자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 방법으로 다시 포함됐는데

“그랜트 섑스(Grant Shapps) 영국 에너지 안보 및 탄소 중립부 장관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영국도 앞으로 원전 용량을 8GW(기가와트) 늘릴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에는 우리의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원전 강화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영국은 바람이 일정하게 불던 곳에 대규모 해상 풍력 단지를 만들었는데 작년에 바람이 거의 안 불어서 고생을 했다. 결국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도착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가 원전을 주목하는 흐름인데, 정작 원전 강국인 한국은 탈원전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재생에너지 중요성도 강조해왔다.

“지난 5일 영국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주장하는 ‘클라이밋 그룹’의 대표인 헬렌 클라크슨(Helen Clarkson)을 만났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올려야 한다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단체이지만 그렇다고 원전을 배척하지 않는다. 교조적으로 ‘재생에너지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일부 환경 단체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구성을 효율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선 ‘탄소 중립 동맹’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달 한미 양국 간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 중립 협력안 논의가 있었다. 미국에선 제프리 파이엇(Geoffrey R Pyatt) 국무부 차관보가 단장이었다. 그때 미국이 협력을 강조한 분야가 ‘미래형 원전’이다. 미국은 발전량의 20%를 원전이 차지하는데 원전 대부분이 낡고 오래된 문제가 있다. 화력 발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 분야 협력을 한국과 강화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수소 분야에서도 협력할 것이다.”

-2030년까지 소형 원전을 더 짓게 되나.

“우리는 빨라도 2031년쯤 소형 모듈 원전(SMR)이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미래형 원전’ 내용을 담기는 어려웠다.”

-감축 40%는 무리한 목표라는 말이 많은데.

“가능, 불가능을 떠나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정치가 기후변화 정책에 개입하면 안 된다. 결국 탄소 중립 해법은 기술 혁신이다. 여기에 여야를 떠나 사활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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