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출산 표어

이수영 2023. 4.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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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 제한 정책 시대의 대표적인 표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가족계획과 출산 억제 정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출산 제한정책은 전면 수정됐고, 2000년대 들어선 출산 장려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작금의 저출산 문제는 표어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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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 제한 정책 시대의 대표적인 표어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이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가족계획과 출산 억제 정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특히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인구가 늘어나자 ‘아이 적게 낳기’ 운동이 정부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른바‘3·3·35’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자녀 3명을 3년 터울로 낳고, 35세부터는 출산을 제한하자는 캠페인이다. 자녀의 출산을 정부가 관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상상하기 힘든 정책이었지만, 당시엔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졌다. 보건소에선 무료로 불임시술을 해주었고, 시술한 남성들은 그해 예비군 훈련을 면제받기도 했다. 표어도 밀물처럼 쏟아졌다.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등의 문구가 곳곳에 나붙었다. 남아선호 사상 개선을 위한 표어로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시대는 180도 바뀌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출산 제한정책은 전면 수정됐고, 2000년대 들어선 출산 장려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50.0%로 집계됐다.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20대는 44.0%에 불과했고,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에서도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54.7%에 그치고 있다. 저출산은 국가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다자녀 기준을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로 바꾸고, 어린이집 입소 1순위에 포함할 계획이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던 구호가 불과 한 세대 만에 무색해졌다. 작금의 저출산 문제는 표어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싶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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