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 사춘기라고 그냥 넘기지 마세요
아동·청소년 정신 질환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우리 아이 마음 상담소
※2021년 설립된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이 분야별로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언합니다.
성인 정신 질환자의 50%가 만 14세 이전에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 질환을 경험한다. 정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해나간다면 심각한 문제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종의 성장통 혹은 사춘기 문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를 알아차리더라도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드러내지 못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정신 건강 치료에 대한 선입견 혹은 부정적인 견해로 치료 적기(適期)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20대 미만 정신 질환 환자 3년 새 22%↑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이 지난 1년간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느낀 비율(인지율)이 38.8%, 우울감 경험은 26.8%였다고 한다. 2020년 조사 결과보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4.6%포인트, 우울감 경험은 1.6%포인트 올랐다.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게임 및 SNS 중독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문제가 만연해있으며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아동·청소년 정신 질환 환자 수가 최근 급증했다. 2021년 ‘정신 및 행동장애’로 병원을 찾은 10대 환자는 20만3646명으로 3년 전(16만8740명)과 비교해 20.7% 늘었다. 0~9세 아동의 정신 질환 환자 수는 같은 기간 7만7041명에서 9만6175명으로 24.8% 늘었다. 20대 미만 정신 질환 환자가 3년 사이 5만4040명(22%) 늘어난 것이다. 전체 정신 질환 환자 수 증가율(18.4%)을 웃돈다.
아이들에게 정신 건강의 적신호가 생겼다는 건 학업, 감정 조절, 대인 관계, 사회적 행동 등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학령기 아동들에게 흔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의 경우 집중력 장애로 학업 능률이 떨어져 자신의 지적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충동성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고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원만한 대인 관계도 어려워져 학교생활에 전반적인 문제가 생겨난다. 우울·불안 장애 역시 안정적인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초등학교 남학생의 7~8명 중 1명이 ADHD를, 중·고등학생의 경우 10명 중 1명이 불안 장애나 우울 장애를 경험한다고 한다.
◇정신 질환 진단 후 치료 받는 경우 드물어
SNS 등 디지털 문화의 전반적인 확산은 아동·청소년들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에서 경험했듯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서의 트라우마 또한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핵가족화 속에서 가족 구성원 간 관계는 더욱 밀접해지면서, 가정 폭력이나 아동 학대의 트라우마는 과거보다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이 평생의 삶에 어떻게 악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수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연구 자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정신 질환을 진단받더라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 질환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중 12%만 의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는 5명 중 1명이 정신 질환을 경험하는데, 이 중 15%만이 정신 건강 관련 서비스를 받는다. 효과적인 전문 의료 서비스를 받은 비율은 6%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신 건강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대답은 ‘헬스 리터러시(health literacy)’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건강 정보를 얻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국학교정신건강의학회는 우리나라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이들 스스로뿐만 아니라 부모와 교사들이 함께 ‘헬스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시리즈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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