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생선 "거머리 실제로 물리면 많이 아파"[일문일답]
기사내용 요약
'2020 페임랩코리아' 우수상 수상자
이름은 '수상한 교육학' 책에서 영감
혼자 작업…실험 촬영본 10시간 넘기도
"내가 보여주는 건 생물학 중 '분류학'"
"거머리, 안 아프다 알려져 있지만 아파"
도서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 출간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가장 중요한 건 '제가 궁금하냐'에요. 그저 일을 위해 해부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생물 해부'를 주 콘텐츠로 다루는 유튜버 '수상한 생선(본명 김준연)'은 해부 재료의 선정 기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0일, 뉴시스는 그를 만나 과학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2년가량 고등학교 생물 교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과학 소통 경연대회 '2020 페임랩코리아' 우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독특한 채널명에 대해서는 "일단 당시 생물 선생님이어서 '생선(생물 선생)'이다. 그리고 자리 옆에 '수상한 교육학'이라는 책이 있어서 그걸 보고 '수상한 생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수상한 생선의 콘텐츠는 각종 수중생물부터 벌레, 식물까지 다양한 생명체를 포괄한다. '각 생물의 특성을 공부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묻자, 그는 "내 영상이 보여주는 게 생물학 중 '분류학'이다. 이것만 이해하면 공부할 게 의외로 없다"고 답했다.
이어 "분류학이란 비슷한 생명체를 묶어 분류한 학문이다. 예컨대 전복이나 소라처럼 연체동물 복족류에 속한 아이들은 내부 구조가 거의 똑같다. 진화의 증거인데, 한 생물이 여러 생물로 점점 분화하다 보니 가까운 생물끼리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힘들었던 경험으로는 '거머리에게 물렸던 순간'을 꼽았다. 지난 8월 올라온 '거머리에게 물린 부위에는 특이한 무늬가 나타납니다' 영상의 실험 과정이다.
그는 "인터넷에는 거머리에 물려도 안 아프다고 나오던데, 아프다. 많이 아프다. 자국도 남았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수상한 생선은 최근 자신이 해부했던 생물 자료를 넣은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는 유튜브 영상에서보다 조금 더 상세한 내용을 다뤘고, 많은 생물들을 비교하며 설명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래는 수상한 생선과의 일문일답.
"사범대에서 생물 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고, 생물자원관이라는 곳에서도 잠깐 일을 했다. 교사를 할 당시 유튜브 붐이 막 올라올 때였는데, 학생들이 유튜브로 검색을 많이 하더라. 그때 ‘실험 같은 걸 한번 올려보자’ 해서 올리다 보니 이렇게 됐다."
-지금은 크리에이터 일만 하고 있나.
"크리에이터가 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본어 채널과 영어 채널도 만들어서 운영 중이다. 부가적으로는 과학창의재단 등에서 학교에 공급할 과학 프로그램을 만들 때 기획 자문을 하기도 하고, 과학 관련 강연도 몇 번 했다."
-채널명이 '수상한 생선'인 이유는 뭔가. 왜 수상한가.
"이유는 사실 굉장히 간단하다. 일단 생물 교사여서 ‘생선’이고, 당시 자리 옆에 '수상한 교육학'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런데 '수상한'이 영어로 '피쉬(Fishy)'인 거다. 그것도 나와 좀 결이 맞지 않나. 그래서 '피쉬 피쉬(Fishy Fish)'다."
-사실 유튜브 채널이 처음부터 뜨기는 어렵지 않나. 어떤 영상을 계기로 소위 '떡상(인기 급등)'하기 시작했나.
"멸치 해부 영상이었던 것 같다.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정말 교과서에 있는 과학 실험들 위주로 많이 올렸었다. 돼지 심장이나 소 눈 등을 해부하다가 어쩌다 멸치를 해부하게 됐는데, 갑자기 너무 잘 됐다. 사실 그것도 교과서에 있던 거다.
사실 내가 '해부'라는 명칭을 사용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관찰'에 가깝다. 사실 귤이나 사과를 반으로 갈라 보여주면 그것도 해부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채널은 보통 외국 영상을 가져오거나 사진 자료를 사용하는데, 나는 생물을 직접 가져와서 보여주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
-혹시 MBTI가 어떻게 되나.
"ENTJ인데, 요즘은 I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텐션이 높은 편은 아니어서 교사를 할 때는 다소 힘들었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는 걸 싫어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한 스타일이다."
-유튜버라는 직업이 성격과 잘 맞는지 궁금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안 좋아하다 보니, 내 모습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자아실현을 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나 유튜버다'라고 자랑은 할 수 있는데 얼굴은 별로 안 알려진 상태. 굉장히 만족스럽다."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지금은 완전히 혼자서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에 2주씩도 걸렸다. 실험이다 보니 그 실험 과정을 담아야 하는데, 전체 촬영본이 10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지금은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2일, 실험하는 데 1일, 그리고 편집하는 데 2일 정도다. 총 5~6일 정도 걸린다."
-영상을 보면 중간에 실험 영상이나 사진이 매우 풍부하게 삽입된다.
"초창기에는 재료를 4~5개씩 준비해서 전부 해부한 후 좋은 것들만 뽑아서 (영상을)만들었다. 해부가 깔끔하게 안 되면 새로 했다. 만약 굴을 해부한다고 치면, 굴 5개를 사 와서 '아가미 부분은 이 굴이 예쁘게 나왔고, 소화샘은 저 굴이 예쁘게 나왔고…' 하면서 합쳐서 만들었다.
그런데 유튜브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지다 보니 어느 정도 '소모되는 영상'이라고 생각하고 효율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되더라. 요즘은 집에서 다이소 일회용 도마로 한 번에 실험하고, 촬영도 자바라(휴대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고정해서 진행한다."
-해양 생물에서 식물까지 폭넓게 다루는 만큼, 모든 배경지식을 외우고 있기는 어려우리라 생각된다. 콘텐츠를 만들기 전에 특별히 공부를 하나.
"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수상한 생선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생물학 중 '분류학'이라는 학문이다. 분류학은 공통점을 가진 생물끼리 묶어 분류한 거다.
예를 들어 연체동물 중에서 복족류(전복, 소라처럼 배에 발이 달린 생물)에 속한 애들은 내부가 거의 똑같다. 진화의 증거인데, 한 생물이 여러 생물로 점점 분화하다 보니 가까운 애들끼리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 거다. 그게 분류학이고 계통학이다.
특정 생물의 분류군만 이해하면 그 생물의 구조가 거의 확실하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사실 공부할 게 의외로 없다."
-분류학에 꽂히게 된 이유가 있나.
"생물학과는 갈수록 좁은 분야를 공부하는 데 비해, 생물교육과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생물학을 전체적으로 다 공부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 때 생물에 대한 여러 학문을 접하게 됐다. 그중에서 분류학이 재밌었다. 당시 '이렇게 (학문이) 잘 돼 있는데, 사람들은 왜 분류학에 대해 모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트리옵스(투구새우)를 부화시키는 영상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내게도 굉장히 신기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전공 시간에 살짝 들었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하는 콘텐츠는 거의 영상 자료가 없고, 책에 그냥 글자로 몇 줄로 적힌 것들이다. 예컨대 나는 '이끼의 정자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책으로 배웠다. 그래서 직접 실험을 해 봤더니 (이끼에서)뭐가 나왔다. 그걸 현미경으로 보니까 진짜로 움직였다. 그런 걸 확인할 때 엄청난 즐거움을 느낀다."
-해부 재료는 어떻게 구하나.
"웬만하면 냉동 해산물을 쓴다. 수산시장마다 나와 연락하는 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꼼장어(먹장어)가 필요하다'고 부탁드리면, 그분들이 죽은 꼼장어가 생겼을 때 냉동실에 넣어주신다."
-생물을 채집하거나 구매할 때 사람들이 미심쩍게 보진 않나.
"항상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수산시장에 가서 '죽은 거 없나요' '갓 죽어서 냉동된 거 없나요' '다리 온전한 거 없나요' 그런 것들을 물어보니까."
-소재는 보통 교과서나 댓글에서 얻나.
"댓글에서도 많이 얻고 한 번씩 '제철 음식'도 검색해본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궁금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재밌는 영상이 나오는 것 같다. 일을 위해 해부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도 후보들은 많다."
-콘텐츠 내용이나 섬네일을 보면, 확실히 유튜브에서 '뜰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살리는 것 같다. 조회수도 굉장히 잘 나온다.
"가끔은 내 채널이 유튜브에서 혼자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남들이 하는 거를 따라 할 필요가 없어서 스트레스가 적다. 보통 유튜브에서 하나가 유행하면 모두 따라 하곤 하지 않나. 그런데 내 채널은 딱히 비교 대상이 없으니 혼자 꿋꿋하게 하고 싶은 거 다 한다."
-지금까지 제일 다루기 힘들었던 생물은 뭔가.
"굉장히 어려운 게 많았는데, 특히 멍게가 굉장히 해부하기 어려웠다. 멍게의 몸이 팽팽해지면서, 그걸 자르니 터지면서 물이 뿜어져 나왔다. 굉장히 섬세하게 해야 해서 힘들었다.
그리고 거머리에게 물렸던 영상. 사실 '거머리는 물어도 안 아프다'고 인터넷에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프다. 많이 아프다. 자국도 남았던 것 같다.
또 고등어를 해부했는데 안에 고래회충이 너무 많았던 적도 있다."
-반대로 제일 흥미로웠던 생물은 뭔가.
"성게의 내부 구조가 일단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히드라는 나도 책에서만 봤던 거였다. 민물에 있다고 하길래 혼자 어느 저수지에 가서 물을 떠서 관찰했는데,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이건 재밌었던 일화인데, 지렁이를 해부해보고 싶어서 밤에 야산에 올라가서 흙을 팠던 적이 있다. 그때 초등학생들이 쓴 타임캡슐을 발견했다. 읽어보고 다시 묻었다. 유튜브 영상에도 넣었다."
-지난 2020년, 과학 콘테스트인 '페임랩 코리아'에서 우승한 보도를 봤다. 당시 수상작의 내용에 대해 알려 달라.
"'생태적 지위'라는 내용이었다. 생물들은 모두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살아간다. 사실 많은 생물이 동물원에서도 살고, 가정집에 데려다 놔도 잘 살지 않나. 그런데 야생에서는 딱 자기가 사는 방식이 있다. 어떤 나무의 어떤 높이에만 살고, 과일도 먹을 수 있지만 나무 속에 있는 벌레만 먹는 식이다. 그 이유는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더 살아남기 좋았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 점을 우리 삶에 적용해서, ‘우리들도 모두 똑같이 일하고 싶어 한다. 많은 사람이 특정 직업을 갖기 위해 매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내가 유튜버를 하는 것도 나만의 생태적 지위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
"항상 만족한다. 교사라는 직업을 할 때는 물론 보람 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주체적이지 않게 일을 하는 느낌이 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가르쳐줄 수 있다. 그런 주도적인 부분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그리고 교사를 할 때는 월요병을 겪었는데, 이 일을 하고는 월요일이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대신 주말이 기다려지지도 않는다. 주말에도 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을 나눠서 고르게 펼쳐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삶이 비슷비슷하게 흘러가는데, 내겐 그게 행복이다."
-댓글 창을 보면, 학생들이 '교과서 공부하다가 들어오게 됐다' '도움이 많이 됐다' 등의 댓글을 많이 단다.
"맞다. 내 영상을 선생님들이 수업할 때 많이 사용한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에 비대면 수업을 할 때는 정말 많이 사용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다."
-생물들한테서 느끼는 특별한 감상이 있나.
"나보다는 사람들이 내 걸 보고 '어, 그냥 먹던 건데…'하며 많은 걸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뿌듯하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전복에 눈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지 않나. 우리가 (생명체라는 걸)인지하고 먹는 것과 안 하고 먹는 건 다르다. '다 똑같은 생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혹시 해부해보고 싶은 생물이 있나.
"외국에 나가서 앵무조개 같은 것도 보여주고 싶다. 앵무조개는 암모나이트와 가까운 생물인데, 오징어나 문어 같은 애들이 껍데기를 가진 거다. 그리고 따개비도 할 생각이다."
-향후 콘텐츠 계획이 있나. 해부 외 다른 것들을 시도한다든지.
"고민 중이다. 사실 지금도 해부 영상이 2/3 정도고, 다른 콘텐츠를 틈틈이 올리고 있다. '투구게의 피는 왜 비쌀까'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식물은 어떻게 자랄까' '식물을 회전시키며 키우면 생기는 현상' 등이다. 앞으로 생명과학 이론 같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녹여 보고 싶다."
-혹시 크리에이터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을까.
"최종 목표랄 건 없지만 계속해서 재밌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아이들이 과학이 재미없어하는 이유는 '나와 아무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과학만큼 우리 삶과 가까운 게 없다. 우리가 걸어 다니고, 물건이 떨어지고... 주변의 모든 게 다 과학이다. 내 영상을 보면서 '과학 재밌네'라는 생각을 그냥 한 번 하게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최근 출간한 도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제목은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이다. 내가 해부했던 사진을 포함해서 만들었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어떤 걸 자세하게 설명하면 내가 봐도 재미없어질 때가 있는데, 책에서는 그런 내용들을 깊게 다뤘다.
또 유튜브에서는 분량 때문에 한 영상에 생물 하나를 넣어야 한다. 그런데 분류학은 여러 생물을 함께 봤을 때 더 유익한 학문이다. 예를 들어 불가사리, 성게, 해삼은 완전히 다르게 생겼지만 내부 구조나 생활 습성이 거의 똑같다. 책에서는 그런 걸 같이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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