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굴·게 해부 흥미진진'…이 유튜버의 정체는?[인터뷰]
기사내용 요약
전직 생물 교사…생물자원관 근무도
'분류학'만 알면 생물 이해하기 쉽다
"글자로만 있던 내용…직접보는 재미"
"모든 생명체는 '자기만의 영역' 가져"
"이 세상은 전부 과학, 재미 느꼈으면"
【서울=뉴시스】강운지 리포터 = 여기 수상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채널의 이름도 '수상한 생선'이다. 킹크랩에서 두리안까지,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해부해 그 내부를 샅샅이 보여 준다. 심지어 트리옵스(투구새우)와 같은 생물을 부화시키기도 한다. 목소리는 시종일관 차분하다. 영상은 미심쩍을 정도로 '고퀄리티'다.
뉴시스는 지난달 30일, 수상한 생선 채널의 운영자 김준연씨를 만나 콘텐츠 제작 과정과 과학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생물교육과를 졸업해 고등학교 생물 교사로 일했고, 생물자원관에서도 잠시 교육 일을 했다. 지금은 생물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대표 이미지는 생선이다. 하지만 채널명은 '물고기'가 아니라 '생물 선생(생선)'이라는 뜻에서 출발했다.
김씨는 "일단 (당시)생물 교사로 일했어서 '생선'이다. 그리고 내 자리 옆에 '수상한 교육학'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런데 '수상한'이 영어로 '피쉬(Fishy)'인 거다. 그래서 '피쉬 피쉬(Fishy Fish)'"라고 밝혔다.
수상한 생선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2021년 올라온 '멸치 해부' 영상부터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666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직업이 교사다 보니 교과서에 있는 과학 실험들 위주로 많이 올렸다. 멸치 해부도 사실 교과서에 있던 건데, 갑자기 너무 잘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실 내가 '해부'라는 명칭을 사용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관찰'에 더 가깝다"면서 "다른 채널은 보통 외국 영상을 가져오거나 사진 자료를 사용하는데, 나는 생물을 직접 가져와서 실물을 보여주는 데서 차별점이 있다"고 전했다.
"특정 생물의 분류군만 알면 그 생물의 구조가 거의 확실하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수상한 생선의 콘텐츠는 생물학 중 '분류학'에 속한다. 분류학이란 말 그대로 '생물을 분류하는 학문'으로, 생물끼리 공유하는 형질에 따라 종, 속, 과 등으로 묶는 것이다. 생물학의 분과 중 가장 포괄적인 성향을 띤다고 알려져 있다.
김씨는 "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분류학만 이해하면 공부할 게 의외로 없다"고 전했다.
그의 해부 영상이 유독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대부분의 생물학 교육이 오직 교과서만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글자로만 외웠던 지식을 눈으로 확인할 때 놀라움은 배가 된다.
그는 "책에 적혀 있던 내용을 직접 확인할 때 엄청난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예컨대 나는 '이끼의 정자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책으로 배웠다. 생물학 전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알 거다. 그래서 직접 실험해 봤더니 (이끼에서)뭐가 나왔고, 그걸 현미경으로 보니까 진짜로 움직였다"며 웃었다.
김씨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과학 소통 경연대회 '2020 페임랩코리아' 우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당시 그의 발표 주제는 '생물의 생태적 지위'였다.
그는 "사실 많은 생물이 동물원에서도, 가정집에서도 잘 산다. 그런데 야생의 생물들은 딱 '자기만의 영역'이 있다. 그 이유는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더 살아남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 점을 우리 삶에 적용해서 '우리도 똑같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매진하기보다는,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생물과 삶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어 "내가 유튜브를 하는 것도 나만의 생태적 지위가 있다고 생각해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업 크리에이터의 삶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교사일 때는 물론 보람 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교과서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주체적이지 않게 일을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내가 원하는 걸, 원하는 방향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역설적으로, 김씨는 교사를 그만둔 후 오히려 교육자에 더 가까워졌다. 수상한 생선 영상 하단에서는 '학교 수행평가에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 학교에서 이런 해부를 실제로 했으면 좋겠다' 등 학생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교사들은 그의 영상을 수업 자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김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보편적이던 때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김씨는 '재미있는 과학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아이들이 과학을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나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내가 봤을 때 과학만큼 우리 삶과 가까운 게 없다. 우리가 걸어 다니고, 물건이 떨어지는 게 다 과학"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내 영상을 보면서 '과학, 재밌네'라는 생각을 한 번씩 하게 만들고 싶다"고 언급했다.
수상한 생선의 영역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물학 관련 책도 출판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이다. 안에는 김씨가 지금까지 해부했던 생물들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그는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다루기 힘들었던 깊은 내용을 담았고, '생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에 대해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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