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박민지·진미령… 영웅 자녀 돕는 멘토로
순직 경찰 아내의 편지에 울음바다
김건희 여사, 손 잡고 위로 전해
“오빠, 걱정 말고, 우리 가족 기쁘게 만날 날을 기다려줘. 나 멋진 엄마로 정말 잘 살아갈게.”
2020년 한강 투신 실종자 잠수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유재국 경위의 아내 이꽃님(35)씨가 13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서 편지를 낭독했다. ‘히어로즈 패밀리’는 전몰·순직 군경의 남겨진 자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씨는 이날 유족을 대표해 3년 전 세상을 떠난 그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순직 당시 이씨는 임신 중이었고, 남편 소식에 4개월 조산을 했다. 태어난 아들 유이현 군은 그 영향으로 뇌 손상을 입어 고개를 제대로 못 가누는 강직형 뇌성마비를 앓게 됐다
이날 행사장은 이씨가 편지를 낭독하면서 울음바다가 됐다. 이씨는 “추운 2월이 가고 예쁜 꽃이 피는 따뜻한 4월이 온 것처럼 우리에게도 아름답고 눈부신 날들이 올 거라는 걸 나는 믿는다”면서 “여보 응원해줘”라고 했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이날 ‘히어로즈 패밀리’ 출범 연설에서 “영웅을 기억하고, 남겨진 가족의 마음까지 세심하게 보듬는 것이 국가를 위한 헌신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며 이것이 곧 일류 보훈”이라고 말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박 처장은 이날 행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이씨의 자택을 방문했다. 김 여사는 이씨와 아들 이현군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소정의 선물도 줬다고 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두 분이 손을 잡고 한참을 눈물 흘렸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이날 출범식을 시작으로 전국의 전몰·순직 군경의 미성년 자녀를 전면적으로 돕는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미성년 자녀들의 진로 희망 분야에 맞춰 경제·언론·문화·체육·교육 등 사회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멘토 역할을 하는 후원·지도단으로 참여했다. 한국 역도의 전설 장미란, 프로골퍼 박민지, 6·25전쟁 화령장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고 김동석 대령의 장녀인 가수 진미령 등이 멘토로 나섰다. 성우 안지환, 배우 정동환, 홍선미 삼육대 무용과 교수, 이민구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이수희 스튜디오수이 대표, 가수 빅맨 등 각 분야 전문가도 참여했다.
국가유공자와 유족, 순직 영웅들이 몸담았던 군·경찰·소방의 현직 근무자들도 멘토가 되기로 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여사, 전 천안함 함장 최원일 예비역 대령,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 예비역 병장, 박칠호 공군 군수사령관, 최주원 경북경찰청장, 김문용 광주소방안전본부장 등이다.
보훈처는 앞으로 후원·지도단 활동뿐만 아니라 생일이나 성탄절 등 가족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 있는 기념일에 멘티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자녀 연령별 치유 프로그램, 진로 특강 및 진로 체험, 가족여행 지원, 성년 축하 선물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전몰·순직 군경 가구 중 만 19세 이하 미성년 자녀는 126가구 185명이다. 이 가운데 군인 자녀가 85명(48%)으로 가장 많고, 소방 자녀는 51명(27%), 경찰 자녀는 49명(2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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