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광훈 손절하라' 비판한 홍준표 상임고문 해촉… 내홍 확산?

정준기 2023. 4. 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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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최근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논란에 미온적"이라며 당 지도부를 공격해 온 데 따른 조치로 읽힌다.

홍 시장은 최근 당 지도부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조치 및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이라며 "(전 목사) 눈치나 보고 있다" 등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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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선 긋기'보다 지도부 공세 차단 부각
洪 "이참에 욕설 목사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
윤리위원장 임명… '전광훈 발언' 김재원 징계 주목
홍준표 대구시장이 5일 오후 대구 남구 희망교 좌안 신천둔치에서 열린 푸른 신천숲 조성 기념식수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최근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논란에 미온적"이라며 당 지도부를 공격해 온 데 따른 조치로 읽힌다. 홍 시장이 곧장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하면서 당 내홍이 심화될 조짐이다. 혼란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취임 1개월 차인 김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기로에 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논의 결과 홍 시장 해촉을 결정했다. 그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구체적인 해촉 배경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전 목사 관련 홍 시장의 발언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시장은 최근 당 지도부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발언 등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조치 및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에 미온적이라며 "(전 목사) 눈치나 보고 있다" 등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김 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고 사실상 홍 시장을 저격했다.

홍 시장 해촉을 두고 당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날 열린 중진의원과의 연석회의에서 "전 목사 손아귀에 움직이는 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듣고도, 김기현 지도부가 '전 목사 선 긋기' 대신 지도부를 향한 공격 차단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한 다선 의원은 "홍 시장 해촉은 중진들과의 자리에선 안 나왔던 내용"이라며 "갑작스러운 조치인 탓에 '대통령실 등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홍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 당사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김 대표를 거세게 몰아세웠다. "나는 이 팀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윤석열계에서도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이준석 전 대표)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 확보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당내 비판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다만 이날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 당무감사위원장에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가 임명된 만큼, 윤리위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김 최고위원 징계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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