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선의 功…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 찾아내

허윤희 기자 2023. 4. 14. 03: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직지 원본 사진 들고 와
국내학자들이 연구할 기회 줘
박병선 박사가 2011년 6월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박병선 박사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한 외규장각 도서를 프랑스국립도서관 서고에서 확인한 주역이다. 본지 인터뷰에서 그는 “1975년 베르사유궁에 파손된 책을 보관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더니, 사서가 푸른 천을 씌운 큰 책을 한 권 들고 나왔다”며 “책을 펼치니 조선 왕실 기록물인 ‘의궤(儀軌)’였다”고 했다. 프랑스 군대에 약탈당한 후 소재를 알 수 없던 외규장각 도서를 처음 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발견한 건 아니지만,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낸 공로는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주일에 15시간 일하는 임시직으로 근무했다. 도서관에서 그의 역할은 사서들의 한국 관련 자료 정리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가 끝난 후 그는 동료 직원에게 부탁해 인화한 직지의 흑백 사진을 가지고 그해 12월 17일 한국에 왔다. 당시 강주진 국회도서관장 등 3인이 사진을 감정했으나 의견이 서로 달라 금속활자본이라는 명확한 근거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12월 27일 관련 학자 20여 명이 국회도서관장실에 모여 ‘직지’ 사진을 재감정했고, 이 자리에서 금속활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황정하 세계직지문화협회 사무총장은 “박병선 박사가 원본 크기 사진을 가지고 와서 국내 서지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공로는 분명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