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6.25 전쟁 美 알리려 헌신한 삶...남편과 함께 국립묘지 안장
“그녀는 남편과 함께 평생 한·미 동맹과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의 처우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은 한·미 전사자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 준공으로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이 자유 국가로서 부강하게 된 바탕에 한미 군인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13일(현지 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6·25전쟁 영웅 고(故)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의 부인 애널리 웨버 여사의 안장식(安葬式)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 같이 말했다. 미 연방 하원에서 행정담당 직원으로 일했다가 웨버 대령과 결혼한 애널리 여사는 이후 남편을 도와 미국에서 평생 6·25 전쟁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그녀는 폐암 투병을 하다 작년 11월 79세의 나이로 미 메릴랜드주 프레드릭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작년 4월 웨버 대령이 97세 나이로 세상을 뜬 지 6개월 만에 남편 곁으로 떠났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포트 마이어 교회에서 열린 안장식은 유족들과 이경구 국방무관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1943년 1월 독일에서 태어난 웨버 여사는 독일서 대학까지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1974년 웨버 대령과 만나 결혼했다. 미 공수부대 대위로 6·25전쟁에 참전한 웨버 대령은 1951년 중공군의 수류탄과 박격포 공격에 팔과 다리를 잃는 상황에서도 강원도 원주 북쪽 324고지 전투를 이끌었다. 퇴역 후에는 6·25전쟁과 참전 군인의 무공을 미국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노력엔 항상 웨버 여사도 함께 했다.
1980년 웨버 대령이 전역 후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을 맡으면서 애널리 여사는 남편을 도와 미국에서 6·25 전쟁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부부는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내에 미군과 한국군 지원부대 전사자 4만3000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하는 등 ‘잊힌 전쟁’ 취급을 받던 6·25를 재조명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애널리 여사는 자신의 이력서에 “한국 전쟁 전문가(Expert about the Korean War)”라는 문구를 빼지 않고 항상 넣었다.
작년 웨버 대령이 별세한 뒤 한미동맹재단(이사장 정승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유족과 협의해 ‘윌리엄 E. 웨버 대령 한미동맹상’ 제정을 결정했다. 당초 애널리 여사는 작년 10월 첫 시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병세가 악화돼 참석하지 못했고 결국 다음 달 별세했다. 주미 국방 무관 시절 웨버 대령, 웨버 여사와 교류했던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예비역 육군 소장)은 이날 안장식에서 “시상식 전 ‘산소통을 차고서라도 참석하겠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며 “시상식 전날 카톡이 와서 ‘건강이 좋지 않아 못가겠다’며 아쉬워했다. 웨버 여사는 마지막까지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날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책자가 안장식 참석자들에게 배포됐다. 책자는 “웨버 여사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평생을 바친 남편 웨버 대령의 지치지 않는 지지자였다”며 “크고 작은 동물을 사랑했던 그는 많은 유기견들을 구조하고, 수많은 길고양이를 보호했으며, 빌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농장에서 말을 기르기도 했다”고 했다.이경구 국방무관은 “한미 동맹의 산파역할을 했던 두 부부가 영면해 안타깝다”며 “그들의 업적이 계속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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