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몰래 횟집 영업, 설비 비용 누가 낼까[부동산 빨간펜]

최동수 기자 2023. 4. 1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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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건물 상태 유지 의무 있지만
임차인 영업 위한 비용은 청구 어려워
계약갱신 때 임대료 5% 초과 증액 안돼
최근 1년여 만에 서울 명동 거리를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와는 달리 상가에 공실이 줄고 거리 곳곳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자영업자들도 다시 장사가 잘될지 기대가 클 텐데요. 그래서인지 부동산 빨간펜에도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에 관한 질문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번 주는 코로나19를 어렵게 버텨낸 한 음식점 사장님이 보내주신 질문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부동산 빨간펜 구독자입니다. 상가 건물을 임차해 감자탕집을 하다가 장사가 안 돼 횟집으로 업종을 바꿨습니다. 수족관이 세 개 있고, 여름철이면 에어컨을 써야 해 전력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전기 전압을 높이는 ‘승압 공사’를 계획 중인데요. 문제는 임대인과 상의 없이 업종을 바꿨다는 겁니다. 공사비는 누가 부담해야 하나요?

“보내주신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전문 변호사와 상가임대차 상담센터에 자문해봤습니다.

기본적으로 임대인은 임대차계약 중 영업에 문제가 없도록 건물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 임차인은 임차물(해당 상가)의 객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용한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차인의 영업을 위해 필요한 시설에 투입한 비용까지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위 사례에서는 임차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전기 승압공사 비용은 대개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해서 결정하는데, 임차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통상 임대인이 관련 공사를 진행하고 비용도 치릅니다.

그런데 구독자 사연은 감자탕집을 하겠다고 임대인에게 알렸다가 임차인의 필요로 횟집으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승압 공사가 필요한 것이죠. 이 때문에 임대인이 쉽게 비용을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협의 과정에서 임대인이 일부 비용을 낼 수 있으니 우선 임대인과 잘 얘기해보면 좋겠습니다.

운영하는 수족관이 거리를 점유하고 있다면 구청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알아둬야겠습니다. 허가받지 않았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어려워 임대인에게 요청해 월세를 2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내렸습니다. 2년 동안 월세 150만 원을 냈는데 최근에 다시 200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합니다. 임대료 상한 5%를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원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상가건물 임대료를 증액할 때는 직전 계약 대비 5%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9월 착한 임대인을 장려하기 위해 ‘코로나19 등 1급 감염병에 의해 월세나 보증금을 낮췄다가 다시 올릴 경우 감액하기 전 수준까지는 5% 제한 없이 인상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입니다. 즉, 코로나19로 감액하기 전 임대료, 즉 200만 원까지는 5% 한도 제한 없이 임대인이 인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Q.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00만 원에 2년 계약하고 들어온 임차인입니다. 이번에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인이 월세를 10% 올리겠다고 합니다. 월세만 10만 원 올리려는 임대인의 요구가 정당한가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최장 10년까지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계약 갱신권이 인정됩니다.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요구한다면 임대인은 기존 계약조건 그대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는 의미죠. 이렇게 계약을 갱신할 경우에는 직전 계약 대비 5%까지만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00만 원은 보증금 2100만 원, 월세 105만 원까지만 인상이 가능합니다. 또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환율은 12%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보증금의 증액분인 100만 원을 월세 1만 원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보증금 대신 월세만 올릴 경우에는 기존 월세 100만 원에 대한 5%, 즉 5만 원과 보증금 인상액의 월세 전환액 1만 원을 합해서 월세 6만 원을 올려주면 됩니다. 임대인의 10만 원 인상 요구는 이를 초과하는 것이니 거절할 수 있고, 계약도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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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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