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기록의 기억] (67) 부산 화력발전소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눈앞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울산시를 상징하는 ‘공업탑’ 앞의 비문에는, 1962년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박정희 ‘육군 대장’의 이름으로 울산공업센터 기공을 기념하는 ‘치사문’(致辭文)이 새겨져 있다. “사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한다”는 국가 목표는 “검은 연기”조차 반기는 마음을 만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검은 연기는 이제 지구 위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 만장일치로 승인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1.1도 상승시켰으며 2040년 이내에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33억명 이상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고, 해수면 상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 손실 등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화석 연료 사용의 상당한 감소 등 급속한 시스템 전환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1971년 사진은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했던 한전 무연탄 화력발전소의 모습이다. 1964년 1, 2호기가, 1969년에 3, 4호기가 준공되었다. 김대중 정부 때 한전의 발전부문이 6개 발전자회사로 분리·분할됨에 따라 부산 화력발전소는 한국남부발전으로 이관되었고, 2004년에는 무연탄 시대를 끝내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변신했다. 2022년 사진은 지금의 LNG발전소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발전소에 대해서는 많은 오해들이 있다. 첫째, 석탄화력발전소가 과거의 일이라는 오해다. 하지만 국내에는 무려 59기의 석탄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계속 새로 짓고 있다. 둘째, LNG발전소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오해다. 하지만 LNG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엄연한 화석연료다. 셋째, 발전을 한전이 하고 있다는 오해다. 하지만 한전은 송배전 및 전기 판매 회사이며, 포스코, GS, SK 등 재벌이 관련된 민간 발전이 2020년 이미 35%를 넘었다.
50년이 넘는 세월에도 끄떡없이 서 있는 화력발전소의 모습을 보며, 기후위기 시대 공공 재생에너지 전환의 긴급성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이 칼럼에 게재된 신문 사진은 셀수스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김찬휘 녹색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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