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과 인정, 좋은 물길 있는 부산 명당이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의 강연은 과연 흥미롭고 흡인력이 강했다.
인문 영역에서 우뚝 솟은 명인이자 역사·예술·풍수·명리·역술을 걸림 없이 넘나드는 저술로 유명한 조용헌 석좌교수가 지난 12일 국제아카데미 20기 4주 차 강연에서 '한국의 명당과 명문가 집안'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인문 콘텐츠를 육성으로 들려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풍수·한의학 강점 이북사람 피란
- 부산서 역술 각종 문파가 번성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의 강연은 과연 흥미롭고 흡인력이 강했다. 인문 영역에서 우뚝 솟은 명인이자 역사·예술·풍수·명리·역술을 걸림 없이 넘나드는 저술로 유명한 조용헌 석좌교수가 지난 12일 국제아카데미 20기 4주 차 강연에서 ‘한국의 명당과 명문가 집안’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인문 콘텐츠를 육성으로 들려줬다. 이날 강연은 부산 영도구 라발스호텔 4층 볼레로에서 열렸다.
그는 가볍게 운을 떼는 듯했다. “부산은 불교 인구가 많고, 차인(茶人)이 많으며 역술인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풍수·명과학(사주 등)·한의학은 조선 시대부터 이북 지역이 강했습니다. 조선 조정이 이북 사람에게 벼슬을 잘 주지 않았던 게 큰 이유였죠. 6·25전쟁이 터지면서 이들이 대거 부산으로 피란 옵니다.” 조 석좌교수는 “1980년대 연구를 위해 부산에서 유명했던 박도사를 만나던 기억이 선명하다. 역술계에 데뷔하려면 부산 바닥을 돌아야 했을 만큼 각종 문파가 부산에서 번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조선 시대·동학혁명·일제강점기·6·25전쟁을 종횡하더니 부산의 문화 특질로 절묘하게 이어졌다. “부산은 6·25 때 적에게 점령당하지 않았습니다. 좌·우익 이데올로기 대립의 피바람이 불지 않았지요. 그래서 똘레랑스(관용과 인정)가 있습니다. 지금도 부산에는 보수·진보가 다 있죠. 나는 이런 특징을 ‘부산에는 두 줄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현재 부산이 한국 정치 지형에서 비중이 높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조 석좌교수가 ‘명문가·명당 이야기’로 들어갔다. “오늘 주제가 명문가인데요. 난리가 났을 때 죽지 않고 사라지지 않은 그 가문이 명문가입니다.” 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평판이라고 그는 꼽았다. “난리가 뭡니까? 평소 쌓였던 개인감정을 정리하는 어떤 (안 좋은) 계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인심을 잃은 이들이 그런 상황에서 드러나 버리는 것이죠.” 법 위에 평판이 있고, 법은 농단할 수 있어도 평판은 틀리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극단을 피하고 본질을 잃지 않으며 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태도·관점이 중요하다는 말로 이해됐다. 그가 들려주는 강연의 흥미로움은 이런 통찰을 동학혁명부터 6·25전쟁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 수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뒷받침하는 데 있었다.
숱한 방외지사와 고수를 만나고 전국 방방곡곡 터와 가문을 찾아다니며 공부한 전문가답게 그는 지적 겸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명당은 있습니다. 100%는 아니더라도 그 땅의 기운은 영향을 끼칩니다. 터 좋은 곳에서 인물이 납니다. 이는 흔히 태몽 같은 요소로 드러나죠. 여러분도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땅, 좋은 꿈이 깃드는 곳을 잘 눈여겨보기 바랍니다.”
그가 경남 진주(특히 지수면 같은 고을)나 의령처럼 좋은 물을 낀 지세 좋은 고장에서 성공한 경제인이 많이 난 역사를 남명 조식 선생 학파와 그 후진이 살아낸 역사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청중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다시 ‘부산’으로 왔다. “좋은 물길 또는 바다를 끼는 것은 명당의 중요한 조건입니다. 부산도 그런 입지를 갖췄죠. 부산을 통해 해양문화가 들어올 때 한국은 산업화를 이뤘고 잘살게 됐음을 떠올려봅시다. 부산 자체가 명당이라고 저는 봅니다.“ 조 석좌교수가 든 풍성한 예시를 여기서 다 소개할 수 없어 아쉽지만, 그의 강연을 듣자 좋은 터 좋은 기운을 가진 부산의 미래가 문득 반짝였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