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키르기스스탄… 러 인접국에 우리 수출 폭증, 무슨일?
작년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에 대한 서방세계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반 토막이 났다. 13일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러시아 수출액은 5억1418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8% 줄었다. 그런데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같은 러시아 인접국으로 수출은 폭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면으로 만든 음식, 샴푸 등 소비재 수출이 크게 늘었다.
2월 우리나라가 키르기스스탄으로 상품을 수출한 금액은 7180만달러(943억원)다. 작년 2월(1034만달러)보다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작년 2월까지만 해도 월 1000만달러 안팎의 수출을 유지했는데 전쟁 이후인 작년 7월엔 2971만달러, 10월 6385만달러로 가파르게 늘었다. 2월 스마트폰 수출액은 294배, 치약이 6.6배, 온도조절 기계가 8배 늘었다.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과 조지아 수출은 2배 안팎으로 늘었고, 아제르바이잔과 우즈베키스탄 수출도 각각 87%, 50% 늘었다.
◇ 13개월 무역적자인데 이례적…업계 “우회해 러시아 가는듯… 상당수가 의약품과 소비재”
지난 3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 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러시아 인접국으로의 수출만 폭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역 업계에서는 러시아로 바로 가야 할 우리나라 수출품 상당수가 인접국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EU, 미국 등 서방세계가 제재를 늘리며 러시아의 수출입을 제한한 반면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은 러시아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 수출 관련 공공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러시아 인접국을 거쳐 러시아로 들어가는 품목의 양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러시아 주변국으로 수출이 갑자기 폭증한 것은 상당수 품목이 우회 경로를 통해 러시아로 수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늘어난 수출 품목을 보면 의약품이나 소비재처럼 러시아에서 가장 필요한 물품들”이라고 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지난달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을 통해 서방의 경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며 “애플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했지만, 러시아 소비자들은 러시아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신 아이폰을 주문하면 2시간 만에 배송받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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