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아 쌀밥 좀 먹자”… 밥솥 회사가 웹드라마 만든 이유
국내 대표 밥솥 업체 중 하나인 쿠첸은 요즘 유튜브에서 웹드라마 ‘먹어BAR’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들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입니다. 특이한 점은 매 회 주인공들이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는 장면이 꼭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지난달엔 쌀알 모양 캐릭터 ‘진지’를 만들고 소위 ‘미(米)토피아’라는 설정(세계관)까지 만들었습니다.
밥솥 회사가 난데없이 드라마와 캐릭터 만들기에 나선 것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밥 지어 먹는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으로, 1991년(116.3㎏) 대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55g으로 밥 ‘한 공기 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고봉밥’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습니다. 쿠첸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는 밥 대신 빵, 면을 더 많이 먹고 아예 혼수품에서 밥솥을 빼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드라마까지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밥솥 회사들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1인 혹은 소형 가구는 밥솥보다 햇반 같은 간편 즉석밥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 되지 않도록 밥의 당을 줄여주는 ‘저당밥솥’, 딱 1인분만 지을 수 있는 초소형 밥솥, 5분 만에 밥이 뚝딱 완성되는 고압력 밥솥 등 젊은 층을 유혹할 수 있는 온갖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밥솥의 위기에는 식생활 문화 변화뿐 아니라 인구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노령화와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에서도 지난 1월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60년 만에 일본 내 전기밥솥 생산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밥솥 매출 비중이 80% 수준에 이르고, 국내 매출이 대부분인 쿠쿠·쿠첸 같은 밥솥 업계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물론 인구 감소와 쌀소비 감소가 밥솥 업체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다음에 영향을 받을 산업은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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