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39] 예절과 속셈
“꽃길은 손님 오신다 하여 쓸어 본 적 없고, 초라한 집 문은 그대 위해 이제 처음 열어 둡니다(花徑不曾緣客掃, 蓬門今始為君開)”라는 시구가 있다. 가난한 시절을 견디게 해준 손님이 찾아온다고 해서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적은 내용이다. 비질로 꽃길을 쓸고, 오래 닫았던 문은 활짝 열어 손님을 맞으려는 두보의 정성이 절절하다. 이어 보잘것없는 술, 변변찮은 안주의 박주산채(薄酒山菜)로나마 자기를 도와준 손님을 대접하려는 소박한 마음도 드러낸다.
중국인에게 손님은 매우 귀중한 존재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시(關係·관계)’를 지독히도 중시하는 중국인에게 손님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바깥으로 뻗는 중요한 길목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토포악발(吐哺握髮)의 고사성어가 우선 그렇다. 주공(周公)이 인재를 얻기 위해 밥을 먹다가도 세 번 토해내고(吐哺), 머리를 감다가도 세 번 머리카락 잡고(握髮) 뛰어나가 손님을 맞았다는 일화에서 나왔다. 전국시대 유력자들이 수천 명의 식객(食客)을 거느렸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오례(五禮)에도 ‘손님맞이’가 있다. 국가적 행사인 제사 항목의 길례(吉禮), 장례에 해당하는 흉례(凶禮), 군대를 동원할 때의 군례(軍禮), 혼인과 성인식을 다루는 가례(嘉禮)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빈례(賓禮)다.
중국의 그 예법은 장중하다. 마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올려놓고 손님을 홀리는 접객(接客)의 중국 식탁문화와 분위기가 같다. 커다란 이해득실이 걸려 있을수록 더 풍성하고 융숭하다. 현대의 중국 의전(儀典)도 맥락은 같다.
그 점을 감안하면 몇 해 전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뒤 벌어진 ‘혼밥 사건’은 매우 계산적인 결례였다. 이번에는 방중한 프랑스 대통령을 지극히 환대해 화제다. 모두 다 철저한 타산 끝에 나오는 행위다. 예법 뒤에 숨긴 그 치밀한 속셈을 우리는 늘 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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