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엷음·두터움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4.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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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선발전 결승 1국 <흑 6집반 공제·각 30분>
白 한주영 / 黑 임지혁

<제10보>(128~141)=한 무리의 돌들이 튼튼한 자세를 취해 공수 양면에서 대적(對敵)하기 편할 때 ‘두텁다’고 한다. 바둑 전문용어인 셈인데 ‘두껍다’고 쓰지 않는다. 두터움의 반대 개념은 ‘얇음’ 아닌 ‘엷음’이다. 인간의 능력으론 두터움(厚)과 엷음(薄)을 집으로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계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128은 가벼운 응수 타진. 이 수로 ‘가’에 뛰면 백 △ 두 점은 도주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를 살려내 좌중앙 일대 길게 뻗어있는 흑 대마를 격리, 공격하는 수가 지금도 가능하지 않을까. 참고도 백 1이 그것인데, 5까지 될 듯 보이지만 6이하 10까지의 역습을 받아 오히려 백이 고립된다. 흑의 두터움과 백의 엷음이 가져온 필연의 결과다.

130에 단수쳐 반응을 살피자 흑은 쳐다보지도 않고 131, 133으로 자물통을 잠근다. 우세를 의식한 두터운 마무리 수법이다. 133으로 ‘나’에 이으면 백 두 점을 잡을 수는 있지만 133을 당해 외곽을 싸발린다. 흑의 일관된 두터운 수법으로 하변이 엷어진 백은 134, 140으로 자체 안정에 나섰는데, 여기서 다시 흑이 두터움을 활용한 141의 강타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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