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횡재세 짚어보기

오상헌 기자 2023. 4. 1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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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발의자는 '사회적 책임법'이라 명명했지만 은행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법안이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우호적 시장 환경 조성으로 뜻하지 않게 높은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기업이 특별히 잘 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떨어진 낙과'(Windfall)처럼 외생 변수 덕에 횡재했으니 일부를 환원하라는 게 횡재세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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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부·여당이 쏘아 올린 은행 '공공재' 논란이 급기야 야당발 '횡재세' 도입 논의로 확산할 조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른바 '은행 초과이익 십일조(갹출) 법안'을 발의했다. 기준금리가 연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금리 급상승기에 은행 이자 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이익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강제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이다. 대표발의자는 '사회적 책임법'이라 명명했지만 은행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법안이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우호적 시장 환경 조성으로 뜻하지 않게 높은 이익을 낸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기업이 특별히 잘 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떨어진 낙과'(Windfall)처럼 외생 변수 덕에 횡재했으니 일부를 환원하라는 게 횡재세의 취지다. 초과이윤에 부과하고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쓴다는 점에서 '초과이윤세'나 '사회책임세'로 볼 수도 있다.

횡재세는 100년을 훌쩍 넘은 역사적 기원을 갖고 있다. 전쟁이나 경기 사이클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유회사나 금융회사가 주 타깃이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등 22개국 이상이 기업의 과도한 이익에 세금을 부과했고, 1980년대 석유파동 때도 미국, 영국 정부는 횡재세를 도입했다. 1981년 마가릿 대처 영국 총리는 석유값이 치솟고 은행 이자율이 17%까지 오르자 북해 원유회사와 함께 은행들에 횡재세를 부과했다.

최근의 횡재세 도입 논의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석유값과 글로벌 긴축에 따른 금리 상승과 직결돼 있다. 스페인 사회당 연립정부는 지난해 말 처음으로 은행 횡재세 법안을 처리한 데 이어 논란 끝에 지난 2월 스페인 대형 은행들에 첫 횡재세를 물렸다. 앞으로 2년간 스페인 은행들은 8억 유로를 넘는 순이자 수입과 순수수료의 4.8%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헝가리와 체코,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은행 횡재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국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손 쉽게 돈을 벌었다는 데 딱히 토를 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은행들은 지난해 예대마진 상승으로 이자이익을 20% 이상 늘렸다. 그 덕에 당기순이익이 10% 가까이 늘었다. 금리가 오르자 저금리 때 많이 풀린 대출 이자가 증가한 덕분이다. 정부가 은행의 성과급 잔치를 작심 비판하고,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이익 환원을 법으로 강제하고 제도화하는 건 다른 문제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 건전성과 지불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스페인 정부의 횡재세 부과에 반대한다. 이중과세 논란과 위헌 시비도 불보듯 뻔하다. 스페인 은행들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나라별로 상이한 금융 규제 강도와 은행의 사회공헌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무리한 과세권 확대(횡재세 부과)보다 자발적인 사회공헌 확대와 경쟁구조 및 거래관행 개선 등의 노력이 더 긴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게 표에 유리할지만 따질 일이 아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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