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나토의 러시아 사냥, 3차 세계대전 부르나

박영서 2023. 4. 14.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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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나토가입, 러 주변 모두 적
2차전 때 핀란드-독 동맹, 러 침공
냉전 종식 후 중립서 친서방 선회
스웨덴 나토 가입 시 러 고립 가속
러, 앞마당 들어온 나토 용납 못해

핀란드가 공식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했다. 31번째 회원국이다. 러시아로서는 악몽이 현실이 됐다. 주변의 거의 모든 나라가 적이 된 것이다. 이제 유럽의 안보지형은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재앙을 가져올지, 평화를 불러올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중립 깨고 나토 품안에 안긴 이유

핀란드는 러시아와 1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렇게 긴 국경을 러시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핀란드의 최우선 과제다. 핀란드는 국경을 마주한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이 매우 높은 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소련과의 전쟁으로 영토를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1939년 9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소련은 핀란드에게 상호원조 조약 체결과 영토 일부를 내달라고 요구했다. 독일군이 핀란드 영토를 통과해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련과 핀란드는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1939년 11월 30일 소련군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핀란드군은 용감하게 저항했지만 4개월 뒤인 1940년 3월 소련에 항복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조선업 중심지 카렐리야 지방 등 국토의 10%를 떼어줬지만 독립과 주권은 보존되었다. 겨울에 일어난 전쟁이라 이 전쟁은 '겨울 전쟁'이라 불린다.

1년 후 상황이 급변했다. 1941년 6월 독소 전쟁이 터진 것이다. 이번에는 핀란드가 소련을 침공했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나찌 독일과 손을 잡은 핀란드는 '겨울 전쟁'서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하는데 성공했고 계속 진격했다. 그러나 전세가 역전됐다. 1943년 2월 소련군이 스탈린그라드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전쟁의 흐름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핀란드는 패퇴했다. 핀란드 지도자들은 현실적으로 움직였다. 1944년 9월 소련과 휴전 협정을 맺고 탈환했던 땅을 돌려주고 배상금도 물었다. 또한 핀란드는 핀란드에 주둔해 있던 독일군을 공격했다. 동맹국 독일에 총부리를 돌린 것은 핀란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겨울 전쟁'에서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한 전쟁이란 뜻에서 이 전쟁은 '계속 전쟁'으로 불린다.

이후 냉전 기간 핀란드는 '친소 중립국'을 자처했다. 나토에도, 바르샤바 조약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으면서 군사적 비동맹 노선을 유지했다. 다만 국경을 맞댄 소련에 유화적 외교 정책을 폈기 때문에 서방국가들로부터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조롱을 당했다.

냉전이 끝나자 핀란드는 친서방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2000년 유로화를 도입했다. 군사적으로 나토와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그렇지만 군사적 중립은 포기하지 않았다.

2022년 2월 24일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이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핀란드는 "다음 차례는 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핀란드는 빠르게 움직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개월 만에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지난 4일 나토 조약 가입서 수탁국인 미국에 가입서를 기탁함으로써 가입이 마무리됐다. 2차대전 이후 75년만에 군사중립을 포기하고 서방 군사동맹에 합류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핀란드가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

◇위협적인 핀란드軍, 포병 화력은 '막강'

핀란드의 가입으로 나토는 든든한 아군을 얻었다. 공식적으로 핀란드 군은 세계에서 51번째로 강한 군대다. 그러나 전투력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핀란드 상비군은 약 2만3000명이다. 헌법에 따라 18∼60세 남성을 징병하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어 전시에는 약 28만명으로 불어난다. 이 밖에도 정기적으로 훈련을 받는 90만명의 예비군이 있다.

핀란드 포병 부대는 독일,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4개국의 포병 전력을 합친 것보다도 강력하다는 평가다. 자주포는 100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산 K-9 자주포도 가지고 있다. 견인포까지 포함하면 700문 이상의 곡사포 전력이다. 270기 이상의 추적식 다연장 로켓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최신 전차는 약 240대로 추정된다. 이 중 100여대는 독일산 '레오파드 2'다. 춘계 반격을 지원하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로 보낸 전차와 동일한 유형이다.

공군 전투기는 미국산 F/A-9 호넷, F/A-18이 주축이다.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AGM-158 JASSM 공대지 순항미사일 등 미국 무기로 무장되어 있다. 2026년부터 상당수 전투기들이 미국산 제5세대 F-35로 대체될 예정이다.

핀란드 해군은 세계에서 12번째 규모다. 함대는 8척의 미사일 고속정, 10척의 소해정(掃海艇)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중에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는 '나토의 호수'가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중요한 수출입 항구가 모여있는 발트해 지역에서 고립된다.

핀란드의 연간 국방예산은 약 60억 달러다. 이미 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나토가 회원국에 설정한 GDP 대비 2% 목표를 2014년에 달성했다. 그럼에도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국방비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위 그물에 갇힌 러시아, 대응책은 무엇인가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와 나토간 접경지역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또한 바로 문 앞까지 나토가 들어서게 됐다.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지척 거리다.

국경 방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 국경지대에서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도 점쳐지는 형국이다. 이제 러시아가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러시아는 강하게 발발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 확장은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는 우리에게 전술적·전략적 측면에서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강요한다"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상응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미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 다음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는 일이다. 스웨덴은 원래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비준을 반대하면서 이번에 가입 승인을 얻어내는데 실패했다.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총력을 쏟아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친러 정권을 움직여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향후 나토 군대가 핀란드 영토에 주둔하거나, 미국의 핵무기가 핀란드에 배치된다면 상황은 극도로 악화될 것이다. 나토의 '러시아 사냥'을 앉아서 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전쟁을 택할 수 있다. 러시아가 핵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유령이 발트해를 떠돌고 있다. 인류가 해야 할 일은 냉정과 이성을 유지하면서 전쟁을 막는 일이다. 실패하면 그 대가는 참혹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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