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게이트' 일파만파…살얼음판 민주당
檢 압색 윤관석·이성만 "검찰의 기획수사"
당내 '美 도감청 국면전환 수사' vs '의혹 커질까 우려'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소속 의원들까지 사정 당국 포위망에 갇히면서 당이 초긴장 상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이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번지자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연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의원들은 '정치 탄압'을 주장하고 있으나, 당내에서는 해당 의혹이 자칫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검찰은 제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한 수사 칼날을 빼 들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윤관석(인천 남동을)·이성만(인천 부평갑)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두 사람의 압수수색은 2021년 5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두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특정 후보를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9000만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전달 및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두 의원은 모두 당시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송 후보를 도왔다. 윤 의원은 송 후보 대표 당선 직후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이 의원은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으로 임명됐다.
두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해당 수사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압수수색 다음날인 1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들은 신상 발언을 통해 "기획수사이고 검찰의 정치탄압이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로 동료 의원들에게 결백을 호소했다고 이수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두 의원의 압수수색이 알려진 이후에도 당 차원의 입장을 별도로 내지 않았다. 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문이나 의견을 내지 않았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면서도 '기획수사 의혹'을 접어둘 수 없다는 지도부 입장을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은 "현재 녹취파일이 유일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거라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런데 압수수색 당일날인 어제 언론에 녹취파일이 공개됐다는 건 검찰이 기획을 했거나 최소한도의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국면 전환용 수사'를 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의혹에 관해 입장을 묻자 즉답을 피하다가 '일부 의원은 녹취록까지 보도됐는데 이것도 다 정치 탄압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태고 윤석열 정부가 1년 됐는데 앞으로는 미래지향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삶을 챙기는 그런 정책들을 많이 신경 써주시기 바란다"고 답변했다. 또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이 야당 탄압이라는 데 동의하는지' '민주당 의원이 10명 연루돼 있다고 하는데 계속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당 지도부의 판단은 어떤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동료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에 표면상 '정치 탄압'이라며 비호했다. 정부·여당이 '미 정보기관 도감청 사건'을 덮기 위해 사법적인 문제를 끌고 왔다는 것이다.
'중진' 우상호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대미 도감청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로 급하게 꺼내든 것 같다. 항상 정권에 불리한 현안이 될 때마다 사건을 터뜨리던데 소위 국면 전환용이라면 굉장히 위험한 의도의 접근"이라며 "검찰이 너무 정치적인 행보를 심하게 한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의혹에 관해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조사를 하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야 되겠지만 곶감 빼먹듯이 이렇게 수사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은 든다"며 "2021년 전당대회에서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돈 봉투가 돌아다니고 지금 세상이 어느 때인데"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선 '이정근 발 게이트'가 당내 어디까지 뻗칠 수 있을지 몰라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 대표를 비롯해 노웅래·기동민·이수진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 '돈봉투 의혹' 관련 연루 의원들까지 당 대책위 등의 움직임이 있다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수반된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본인들이 전혀 상관없다고 하니 그렇게 믿고 싶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기획수사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아무리 검찰을 못 믿겠다 해도 그쪽에서 녹취록이 있다며 의원들을 수사하고 있으니 뭐가 나올지 모르지 않나. 전체적으로 당이 갑갑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뭐가 더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 의원들이 내색은 못 하지만 걱정이 왜 안 되겠나"라고 토로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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